카테고리 없음
공수래 공수거
운중풍월
2023. 2. 28. 09:46
禪詩 一首
空手來空手去是人生(공수래공수거시인생)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인 것을.
生從何處來死向何處去(생종하처래사향하처거) 태어남은 어디서 오며 죽음은 어디로 가는가?
生也一片浮雲起(생야일편부운기) 태어남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
死也一片浮雲滅(사야일편부운멸) 죽음은 한 조각 구름이 사라지는 것인데
浮雲自體本無實(부운자체본무실) 뜬구름 자체는 본래 실체가 없나니
生死去來亦如然(생사거래역여연) 태어남과 죽음도 모두 이와 같을진데
獨有一物常獨露(독유일물상독로) 한 물건이 홀로 있어 항상 홀로 이슬처럼 드러나
澹然不隨於生死(담연불수어생사) 담연히 생사를 따르지 않는구나.
이 시는 고려말 공민왕 때 왕사를 지낸 나옹선사(懶翁禪師, 1320 ~ 1376)의 누님이 나옹선사로부터 염불을 배우고 나서 읊은 "뜬구름"이라는 부운(浮雲)이다. 조선시대 서산대사(西山大師, 1520 ~ 1604)가 임종 때 읊은 게송이라고도 전해지고 있다. 어느 설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 정말 마음에 와 닿은 선시(禪詩)라는 데는이의가 없을 것이다. 보통 중간에 있는 "생야부운기 사야부운멸 부운자체본무실 생사거래역여연"만 인용하는데 전체를 봐야 맛을 제대로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