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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Geneva)에서의 日記

운중풍월 2023. 1. 2. 13:54

2012년 11월 11일 (일요일)  

스위스 최고의 치즈를 생산하는 마을 <그뤼에르> 그리고 古城

 출발할 때부터 비가 오락가락하더니, 고속도로를 2시간 가까이 달려 그뤼에르(Gruyeres)에 도착할 때는 우산을 챙겨야 할 정도로 제법 많은 양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마을 입구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기가 바쁘게 전후좌우 어디를 봐도 화가들의 아름다운 작품 대상으로 펼쳐지는 마을을 향해 카메라의 셧터를 눌러댄다.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알프스의 높은 봉우리들은 구름으로 가려져 있지만, 그 큰 산자락에 여기저기 매달려있는 마을과 푸른 초원은 말 그대로 잘 그린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온다. 머릿속에 그려보던 스위스라는 나라와 가장 많이 닮은 곳이 바로 여기구나! 하는 생각에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마을은 스위스의 서중부에 위치한 프리부르(Fribourg) 주의 산간 구릉지대에 있는 스위스에서 제일 맛이 좋은 치즈를 생산하는 이른바 치즈마을로 통하는 곳이다.

 

 리스트(Liszt)의 피아노와 코로의 회화작품 등이 소장되어 있는 13세기에 세워졌다는 그뤼에르 古城 또한 이곳을 찾는 사람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주차장 옆에 있는 치즈 전시판매장을 들렸다. 치즈의 생산 공정을 견학하는 데는 따로 10 스위스 프랑씩 하는 입장권을 사서 들어가야 한다. 치즈공장에는 들어가지 않고, 곧바로 그뤼에르 성으로 갔다. 그뤼에르 古城을 향해 다시 차를 움직일 때는 다행스럽게도 비가 그쳤다.

이곳의 초원에는 계절이 따로 없는 듯 늘 푸른 빛이다.
구름에 가려진 봉우리들은 거의 1,800 미터 이상 2,300 미터의 알프스 줄기의 준봉들이다.
서서히 구름이 걷히고 있는 이 봉우리에는 흰 눈이 덮여있다.
봄과 가을이 공존하고 있는 듯 하다. 초원은 겨울철에도 푸르다고 한다.
오른쪽으로 구름에 가려 작게 보이는 저 봉우리는 2,300 미터나 되는 높은 봉우리이다.
그뤼에르 고성 마을
고성에서 내려다보이는 주변의 마을도 참 아름답다.
그뤼에르 고성 입구에 있는 문장. 두 마리의 사자가 가운데 있는 문장을 보호하고 있다.
성루에서 내려다 보이는 주변의 마을
여기가 성에 사는 가족들의 빵을 굽던 아궁이
코로의 회화 작품들이 소장되어 있는 Jean 1세의 방
이 피아노가 위대한 음악가 리스트(Franz Liszt)를 위해 Geneva의 J.W. Braschoss 가 재작한 유명한 피아노라고 한다.
성의 동, 서, 남, 북, 모든 창문으로 내려다 보이는 것은 계절따라 새로운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산과, 푸른 목장과, 평화로운 농가들이다.
성주의 가족 중에는 휠체어를 사용하던 사람이 있었던 모양인데, 휠체어 전체가 (바퀴까지도) 나무로 만들어졌다.
그뤼에르 성에서 제작한 화폐들인 듯 하다.
성 입구에 있는 청동 조각 작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성 주변에 있는 산책로를 따라 걸어가면 이런 단풍이 아름다운 멋진 곳을 지난다.
깨끗한 공기, 단풍이 아름다운 길을 혼자 걷기엔 아깝다는 생각을 하면서 걸어보았다.
길에 떨어져 있는 나뭇잎도 예술작품이다.
밖에서 바라본 그뤼에르 고성

그뤼에르 고성을 2시간 정도 돌아보고 나와서, 성 밖에 조성된 아름다운 산책로를 돌아오는데 40분 소요, 

점심시간이 훨씬 지나서 시장기도 들었다. 치즈마을에 왔으니 스위스에서 가장 맛 좋은 치즈요리를 먹기로 했다. 퐁듀를 먹을까? 라끌레뜨를 먹을까? 망설이다가 라끌레뜨로 결정했다. <퐁듀>는 치즈를 냄비 같은 그릇에 우유처럼 녹여서 빵에 발라서 꼬챙이에 빵을 찍어 들고 먹는다고 하는데, 우리는 치즈를 전기 그릴에 얹어 약한 열기로 녹여가면서 녹아 흐르는 치즈를 접시에 덜어다가 감자와 빵에 얹어 먹는 <라끌리에뜨>를 주문했다. 꿩알만큼 작은 삶은 감자를 나무통에 담아 빨리 식지 말라고 천으로 덮어 나오고, 빵과 오이, 양파 피클이 따라 나왔다. 1인분이 25 스위스 프랑이다. 좀 비싸다는 생각을 했지만, 먹고 나니 생각보다 배가 부르고 맛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1인당 25프랑하는 라끌레뜨 메뉴
처음에는 좀 어설프게 보이던 음식이었는데, 먹고 나오면서 배도 부르고, 맛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마을이 내가 늘 마음속에 그려 보던 스위스의 진짜 모습이다.
청정지역의 아름다운 마을이란 이런곳을 말하겠지?

돌아오는 길에 주도(州都)인 프리부르(Fribourg)에 들렸다. 스위스의 26개 칸톤(州) 중에서 몇 안 되는 불어와 독일어를 공용으로 사용하는 州이다. 그래서 지명도 불어로는 <프리부르>이고, 독일어로는 <프라이부르크>라고 발음한다.  세계 최초로 설치되었다는 후니클라(Funicluaire)가 경사도 45도 정도의 언덕을 오르내리는 것이 명물이란다. 몇 군데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니다 보니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여 귀갓길에 올랐다.

프리부르 시청사의 모습
Funiculaire의 효시라고 알려진 프리부르의 푸니클라는 시청사와 가까운 곳에 있다.
경사도 45도 정도의 가파른 언덕을 오르내리는 프니클라.
돌아오는 길에 저녁을 먹고, 집에 들어오니 저녁 9시가 지났지만 역시 집이 편안하다.

 

 

 

2012년 11월 12일 (월요일)

몽 살레브 등산로 찾기 

버스에서 내려 국경 검문소 앞에서 바라본 몽살레브의 남쪽 봉우리의 모습
국경 검문소를 지나서 바라본 몽살레브 주봉(1,097m)의 모습이 구름에 가려져 있다.

지난번 제네바의 구시가지를 구경다니다 보니, 서쪽 건너편에 큰 산이 남북으로 길게버티고 있어서  샤모니 몽블랑은 거의 다 가려지고 겨우 흰 봉우리만 그 산 뒤에서 살짝이 모습을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그 산에 올라가면 몽블랑이 눈앞에 다가올 것 같은 호기심에 무슨 산인가 하고 물어보았더니 몽살레브 즉, 살레브 산이란다. 전설에 신이 레만호를 만들 때, 그 흙을 파다가 쌓아 놓은 것이 1,097 미터 높이의 살레브산이 되었다고 한다. 중국 사람들의 '愚翁移山'라는 말이 생각나는 전설이다. 

<8>번 버스의 종점에 세워진 표지판

며칠 전 제네바 기차역에 나가 1개월 동안 버스와 전철을 횟수에 상관없이 탈 수 있는 승차권을 96프랑에 구매했었다. 1회 승차할 때마다 탑승 구간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최단 거리라도 5프랑 가까이 주어야 하니,

한 달 동안 최소 20회 이상 승차할 사람에게는 매번 승차권을 사는 것보다 이 승차권이 훨씬 저렴하다.

이제 버스노선도에 시내의 명소가 가깝거나, 산에 오르기 쉬운 승강장을 표시하여 들고 나서면 낯선 길이라도 1개월 동안 별 걱정이 없게 됐다. 

 

생각했던 <몽살레브>의 등산로를 찾기 위해, 혼자서 집을 나섰다. 페르네 볼테르 시청 앞에서 <F> 노선의 버스를 타고, 국제연합 유럽본부(나숑) 앞에서 내려 <8> 번 노선버스로 갈아타고, 두안(Douane)이라는 <8> 번  노선의 종점까지 갔다. 종점에서 산을 향해 200 미터쯤 걸어가니, 지키는 사람도 없는 국경 검문소가 있다.

검문소만 지나면 프랑스 땅인 <오뜨 사부아> 지방이니, 몽 살레브도 지난번에 올랐던 몽 쥬라와 마찬가지로

당연히 프랑스에 있는 산이다.

몽 살레브의 북쪽 봉우리에도 구름이 끼어 있다.
自由, 平等, 博愛 는 프랑스의 건국이념이다. 관공서나 학교 건물에는 의례히 적혀있다.

몽 살레브 바로 아래에 건축용 모래와 자갈을 생산하는 공장이 있다. 등산로를 물어보려야 통 사람은 만날 수 없고, 공장으로 드나드는 큰 트럭만이 분주히 지나다닌다. 거기에 가면 사람을 만나겠구나 싶어 안으로 들어가 길을 물으니, 말이 잘 통하지 않는다. 이런 때는 바디랭귀지가 최고다. 그러나, 그 사람은 자기 생각으로  'Telepherique'만 되풀이한다. 즉 케이블카로 올라가라고 그쪽으로 가는 길을 알려준다. 나는 걸어서 올라가는 길을 찾는데, 그는 자기 생각으로 쉽게 가는 길을 알려준다. 할 수 없이 케이블카 승강장으로 가서 다시 물어봐야겠다 싶어 고맙다는 표시로 손을 흔들어주고 케이블카의 출발지를 찾아갔으나 입구 문이 잠겨있고,

오르내리는 케이블카도 보이지 않는다. 마침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리는 사람이 있어 말을 걸었더니, 10월, 11월, 12월은 운행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걸어 올라갈 수 있는 등산로는 자기도 모른단다.

몽 살레브도 현대화에 파괴되고 있는가? 산의 일부가 건축용 모래와 자갈을 생산하기 위해 부서지고 있다.
케이블카의 출발지 문은 잠겨있고 안내문만 걸려있다.
해발 10,97 미터까지 올라간다는 안내인 듯?

여기까지 오는 길을 알았으니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내일 다시 와서 알아봐야겠다고 돌아서 오는데, 길가에 식당이 있어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들어가 물으니, 젊은 주인이 유창한 영어로 친절하게 길을 알려주어 

등산로 입구를 확인하고 돌아왔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을 실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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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13일(화요일)

몽 살레브 등정

등산로쪽으로 가는 담벼락에도 예쁜 꽃 장식을 해놓았다. 이들의 국토 전체가 관광자원이라는 자부심으로 사는 것을 느낀다.

아침 9시 배낭에 물과 빵, 그리고 과일 몇 개 넣어 메고어제처럼 버스를 탔다. 아침 출근시간이어서 상당히 번잡하다3칸을 연결한 버스의 맨 뒤에 앉아서 바라보니 우리나라의 출퇴근 시간의 대중교통의 혼잡보다는 덜하지만러시아워 때 대중교통의 혼잡은 우리와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어제 친절하게 등산로를 안내해준 작은 식당이다. 어제는 엉겹결에 사진을 찍지 못해서 오늘 지나면서 찍은 것이다.
올라가기 전에 몽살레브의 첫번째 등정 목표지점을 보면서 한컷 찍었다. 좌측 봉우리의 허리부분에서 우측 봉우리를 향해 올라갈 예정이다.

10 15분 등산로에 도착하여 올라가니 사람들이 지나간 흔적은 있으나, 주중이어서 인지 등산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바위 절벽같은 급경사에 지그재그로 길을 만들어서 오르는데 크게 숨차지 않게 했다. 아무도 없는 길을 혼자서 20분쯤 올라가니, 언제 뒤에서 따라왔는지 한 젊은이가 봉쥬르 하고 인사를 하고는 앞질러 올라간다. 뒤따라 가면 되겠지 하고 따라가는데얼마나 빨리 가는지 금방 보이지를 않는다.

몽 살레브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지그재그로 잘 다듬어져 있다.
산 중턱에서 숨을 돌리며 제네바 시내쪽을 내려다 보면서 한컷, 또 한컷.
중간쯤 올라가니 이런 터널도 있었다. 무슨 용도였는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은 사용하지 않고 있다.
산을 좋아하던 사람이었기 때문일까? 이 나라 사람들은 묘지를 보통 마을에 만드는데, 홀로 가파른 산 중턱에 이런 묘가 있다.

50분쯤 올라가니 등산로 입구에서 보이던 능선 위의 큰 건물이 서 있다절벽의 끝에 올라와서 보니, 웬걸 여기는 평지일 뿐 아니라 교회당과 높은 빌딩은 물론 도로가 포장된 상당히 큰 마을이 있다.

정상으로올라가는 중간에 이런 건물이 보여서 궁금했는데, 올라가 보니 좌측의 것은 개인 집인 듯하고 우측의 것은 식당을 겸한 호텔이었다.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 정상 가까운 곳에는 평지에 마을이 있고 큰 교회도 있었다.
마을에는 오래된 집과 현대식 집이 혼재되어 있기도 하다.
몽 샬레브 정상 가까운 곳에 마을에는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포장도로도 있고, 거기서 정상까지는 평평한 포장 도로가 있기도 하다.

산으로 가는 포장도로도 있었지만, 별도로 등산로가 표시되어 있어서 숲 속 능선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올라간다이곳에 와서부터 1개월 가까이 되지만, 화창한 날을 별로 없었다우중충한 날씨에 비도 비 같지 않은 이슬비가 오다 그치다를 반복하는 날이 많았다낙엽이 수북하게 깔려있는 젖은 흙길이어서 꾀나 미끄럽다.

마을에서 산 정상 쪽으로 올라가는 이런 포장도로가 등산로와는 별도로 만들어져 있었다.
산 아래에서 보이던 건물이다. 식당을 겸한 산장호텔이다.

조심조심 천천히 올라가다 배도 고프고 다리도 아파서 시계를 보니 12시가 넘었다. 준비해 간 빵과 물과 과일,

그리고 몽 살레브의 신선한 기운으로 허기를 채웠다오후 1시쯤 정상에 올라가니 자욱한 운무가 시야를 가린다산 정상이 이럴까 싶게 잔디가 깔린 꾀나 넓은 초원에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기구까지 갖추어 놓았다.

케이블카로 아이들과 함께 올라온 젊은 부부의 행복해하는 모습이 상상된다. 

 

샤모니 몽블랑을 가까이에서 보려던 생각은 무너져버렸다10 미터 앞도 볼 수 없는 짙은 운무가 얄미웠지만,

이런 날씨에 혼자 여기 왔던 것도 언젠가는 추억으로 남으리라. 일찍 어두워지는 날씨를 감안하여 북쪽으로 이어지는 길은 포기한다. 쾌청한 날에 다시 오마 작별인사를 남기고, 1시 반쯤 올라온 길로 하산한다.

산 정상 부근에는 이렇게 평평한 잔디밭이다.
몽 살레브 정상에는 이런 어린이 놀이시설까지 마련해 놓았다.
몽 살레브의 중턱에는  아직도 단풍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