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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Geneva)에서의 日記

운중풍월 2022. 12. 29. 21:16

고국에 보낸 편지/답서

    2012년 11월 3일


벌써 이곳에 온 지도 열흘이 넘었군요. 시간은 정말 빨리도 지나가고 있습니다. 여기는 지금 가을이라고는 하지만 기온은 초겨울입니다. 방 책상에 앉으면 곧바로 창문을 통해 바라보이는 쥬라산맥의 영봉들이 어제까지도 안 그러더니 오늘 아침에 보니 하얀 모자를 머리에 얹고 있군요. 그리고 시내의 기온도 0도에서 12, 3도까지 일교차가 심하더니 비가 그치고 난 오늘은 찬 바람이 집 앞의 나무를 마구 흔들어 낙엽을 재촉하며 기온도 영하로 내려놓았습니다.

어제는 늦가을의 찬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는 중에도 딸이 운전하는 자동차로 고속도로를 한 시간쯤 달려서
레만호숫가의 도시인 브베(Vevey)와 몽트뢰(Montreux)를 다녀왔습니다. 브베나 몽트뢰는 다 같이 스위스의 서남부에 있는 보(Vaud) 주(스위스는 26개의 주가 모여 연방국가를 이루고 있음)에 있으며, 또한, 스위스의 사법수도(스위스는 행정수도(베른)와 사법수도(로잔)가 각각 다른 곳에 있음.)이며 주 도이기도 한 로잔(Lausanne)과도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알프스와 쥬라 산맥 사이에 있는 레만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북안에 위치하고 있어서 경치가 정말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붉고 노란 단풍이 아름다운 색감으로 숲을 단장한 사이로 난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말로만 듣고 상상하던 스위스의 산자락 농촌 풍경이 과연 이렇구나 하는 감탄을 하면서 연신 카메라의 셧터를 눌러대곤 하였지요.
멀리 산자락에 황금색의 물결을 보면서 혹시 유채꽃이 이 차가운 날씨에도 저렇게 만발하였을까 하고 생각했었는데, 가까이 지나면서 보니 모두 수확을 마친 포도밭의 단풍 든 포도잎들이 그렇게 보였던 것이었습니다.

적당한 습도와 맑고 깨끗한 공기, 아침저녁의 심한 일교차가 이곳의 산야를 이렇게 아름답게 채색해 놓았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찬비가 내리는 브베의 길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물안개가 맑은 수면을 감추어버린 레만호숫가의 가파른 언덕에 지어진 아름다운 집 사이로 속삭이듯 조그만 소리로 떨어지는 작은 폭포와 그 곁으로 이어지는 포도밭들을 지나 가파른 언덕 위의 아름다운 카페에서 값비싼 브베산 화이트 와인을 마셔보는
여유도 부려보았습니다.

정말 전망이 좋은 카페에서 날씨는 흐리고 가끔씩 빗방울이 듣기는 했지만 사진을 많이 남기고 다시 서서히 몽트뢰를 향해 떠났지만, 몽트뢰까지 가는 길은 여행객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할 만큼 아름다운 길이었습니다. 날씨가 좋았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았지만. 안개구름이 시야를 살짝살짝 가리는 모습도 그런대로 멋이라고 생각하였답니다. 브베에는 유명한 희극배우 찰리 차프린이 1952년부터 그 생을 마치던 1977년까지 살았던 곳입니다. 또 세계적인 식품회사 레슬레의 본부가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몽트뢰 또한 세계 각국의 재력가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도시 중 첫째로 꼽히는 아름답고 깨끗한 곳이며,
레만 호수를 남쪽으로 바라보는 높은 산 중턱에는 모두 오래된 고급주택들로 채워져 있으며, 시내에는 고가의 상품들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거리에 즐비하게 매우고 있어서 구경하는 나의 마음을 조금은 움츠러들게(?) 하였습니다. 브베에서 15분 정도 거리의 몽트뢰에 도착하니 비가 더 내리고 바람이 차가워 손이 곱을 정도였습니다. 레만호수의 동쪽 끝자락을 품에 안고 높은 산을 등에 지고 세워진 도시 몽트뢰 시내 중심가의 고풍스러운 건물들에는 고급 상가와 업무용 집무실과 아파트 들이며, 시내에서 바로 이어지는 산 중턱에까지 호화저택들이 마을을 이루고 있습니다.

시내를 구경하다가 부동산 회사의 유리창에 부착된 매물 안내를 본 딸의 설명에 의하면 웬만한 재력가가 아니면 감히 이곳에서 살고자 하는 엄두를 낼 수 없겠습니다. 시내의 방 2개짜리 작은 아파트의 가격이 서울 강남의 40평대 아파트 가격보다 비싸다니 말입니다. 스위스의 국민소득이 우리와 차이가 많기는 하지만 이런 살기 좋은 도시의 부동산 가격은 놀라움 그 자체입니다.

호숫가를 지나면서 사진을 몇 장 찍고, 시내 구경을 마치고는 급격히 내려간 기온 탓도 있었지만, 어둡기 전에 집에 돌아가기 위해서 귀가를 서둘렀습니다. 왔던 길을 되짚어 돌아오는데 어느새 빗방울은 눈발로 변해버렸습니다. 스위스에서는 고속도로에 톨게이트가 없습니다. 모든 차량에는 고속도로를 통행할 수 있는 통행 티켓을 부착해야 하는데, 일 년마다 갱신하는 그 티켓 요금이 40 스위스프랑(한화 약 48,000원)이라니 아주 저렴하다 할 수 있으며, 톨게이트를 운용하는 경비가 절약됨을 감안할 때 합리적인 제도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속도로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은 다소 억울하기는 하겠지만, 톨게이트에 근무하는 인력을 다른 곳에서 흡수할 수만 있다면 이 나라의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돌아왔았습니다. 다음에 다시 또 전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이천 년을 품은 꿈'(파도님의 답장)

가을빛은 감나무 열매 속에서 익어가고 가을 향기는 산중 단풍나무 잎 속에 숨었구나... ~가을을 만나, 시를 담아 보낸 것 같은 편지(e-mail)를 보고 놀랐습니다. 자기 왜 스위스에 가게 된 건가요? 난, 잘못 온 편지 이려니! 생각도 해봤지요. 평소 e-mail도 별로 주고받는 일도 없었고, 그런데 웬 뜻밖의 해외 소식이 너무 반갑고 놀랍습니다.

해외여행 가신 경위는 나중에 듣기로 하고, 언제 국하시렵니까? 나도 서울을 떠나 6월 8일에 '스위스 인터라켄' 산악도시로 이동, 높은 산속의 많은 폭포와 눈 덮힌 산속, 띄엄띄엄 집들 경관,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보았던 생각이 납니다.

'Top of Europe'다운 해발 3,454m '융프라우 요흐'를 전기열차로 등반했지요. 6월 1일부터 12일간 유럽 6개국을 친구부부들과 여행 갔었지요. 휴재 아우님도 아무쪼록 즐겁게 여행하시기 바랍니다-걷지 못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인생을 슬퍼하고 후회하지 말고, 몸이 허락하는 한 가보고 싶은 곳에 여행하라. 행복하게 늙어가는 데 필요한 조건처럼 Value Up 하려고.. 우리들에게 주어진 최선은 그저 동일한 삶의 지평에서 서로의 回轉을 존중하면서 共存하는 것 밖에 없다. 우리들이 스스로 돌기 위한 채찍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생각을 할 때 "여행을 하라" 충고하는 말이 생각나고 또 실감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다녀오세요. 동행과 일행과 행복한 여행하시기 바랍니다. 

- 2012년 10월 29일 서울에서 홍 재 올림.  

 

장광님의 답장

 

며칠 제향 등으로 메일을 못 보다 오늘에서야 열어보고 형의 글이 온 것을 보아 이제야 답을 올립니다. 그제, 29일에는 예전에 같이 갔었던 옥산사 추향제일 이라 종합 1기 회원 9명과 구정모 친구랑 제향에 다녀오면서, 심곡서원, 조광조 묘소, 심온선생 사당, 혜령군 묘소 등을 돌아보고 왔읍니다. 모두들 보람있는 탐방길 이었다고 합니다. 서울에 올라와서는 서초동 샘밭 막국수집에서 막걸리 한잔씩 하고 헤어졌습니다. 몇년 전 형이 다녀와서 올려주신 옥산사 제향 사진을기억하며 이구동성으로 형의 자리비움을 아쉬워하였습니다. 보내주신 서한 처음에는 반가움에 얼른 읽고 나중에 다시 내용과 눈앞에 어리는 경치를 음미하면서 천천히 다시 보았습니다. 그야말로 비 내리는 음산한 거리를 걸으며 레만호의 풍광을 바라보는 그런 기분입니다. 객지에서 여러날, 건강에 유의하시고 종종 안부 주시기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시인의 마을 답장

안부의 글 3번 잘 받아보았습니다. 훌륭한 딸을 두어서 여행도 다니시고, 정말 부럽습니다. 난 어제 외손자들과 케불카 타고 남산을 들러 서울 구경도 하고, 산책길을 따라 멋진 숲 속 길을 걸어서 장충동에 내려와, 장충동 족발과 막걸리 한잔하고 왔습니다. 아직까지 마음에 여유가 없어, 가슴이 답답합니다. 요즈음은 11월 4일 마라톤 풀코스를 신청하여, 연습 중입니다. 답장은 자주 못하지만, 보내준 글은 잘 보고 있으니, 종종 보내주길 바랍니다. 잊지 못할 좋은 여행이 되고, 서로가 더욱더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기를 바랍니다.

 

창섭님의 답장

보내준 메일 재미있게 읽었다네. 그리고 유럽여행기도 다 읽어보았네. 내가 여행하는 기분이었어. 쥬라에 갔을 때 시간이 부족하거나 길을 잃어 집에 찾아가지 못하면 어떡하나 내가 걱정되더군. 외국에서 초행길에 겁도 없었다고 생각되는군. 그런 여행이 추억에 남을 거야. 아무쪼록 즐겁고 행복한 여행 되길 바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