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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아 불어라

2018-07-25 16:41:31

바람아 불어라. (문학세계 문인회 동인지 하늘비 산방 제9호에 게재된 글)

지난겨울의 끝자락은 수십 년 만에 겪는 혹한의 연속이었다. 환경파괴(環境破壞)에 의한 기후변화 때문에 우리의 겨울 기온 변화 주기인 삼한사온(三寒四溫)도 이제는 옛이야기가 돼버렸다. 시베리아 한파니 북극 한파니 하는 한파 예보를 들으면서 집안에 앉아있어도 몸이 움츠러들어서 밖에 나가기가 겁이 날 지경이었다.

 

겨울이 오면 봄도 멀지 않으리라고 노래한 영국의 시인 셀리의 말처럼 우리를 그렇게 움츠러들게 했던 그 겨울도 어느덧 지나갔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어김없이 다시 또 찾아왔다. 살랑거리는 봄바람은 꽃 소식을 전해오고, 꽁꽁 얼었던 땅에서도 새싹이 얼굴을 내밀고 있는 요즘이다. 계절의 변화는 움츠러들었던 우리의 어깨를 다시 펴게 한다.

 

금년 봄은 봄바람보다 더 거센 바람이 요원(燎原)의 불길처럼 번지고 있다. 이름하여 미투(Me Too) 운동이다. 남녀평등이니 여성 상위시대니 다 듣기 좋은 이야기에 불과했다. 정계, 법조계, 학계, 문화예술계, 심지어 일반 직장에서까지 그 어디에서도 여권은 남성에 의하여 유린되고 있었다. 지위가 높은 남성들의 여성에 대한 갑 질은 당연한 행위였고, 성희롱, 성학대, 성폭력이 다반사였던 것을 말하고 있다.

 

지위가 높은 남성의 여권 유린은 막으려 하는 것 자체가 자기 파멸과 직결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여성이 더 이상 자기의 권리와 자유를 유린당하지 않기 위하여 스스로 목숨을 버리기까지 해도 남성들의 세계에서는 그 여성이 자기의 권리를 유린당하지 않도록 방어하지 못한 결과쯤으로 한 인간이 목숨을 버리면서 외치는 처절한 외침에 대하여는 별무 관심사였던 것이 남성우월주의 시대의 우리의 현실이었다. 그러나 촛불 시민혁명은 여성들의 억눌린 권리와 자유에의 봄을 가져다주었다. 우리 시대의 사조(思潮). 조수처럼 밀려드는 흐름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 바꾸어져야 한다. 바람아 불어라! 더 세차게 불어라!

 

우리나라 남성들의 마음속에는 지금도 구시대의 남존여비사상(男尊女卑思想)이 자리하고 있다. 부끄러운 유산이지만 버리고 싶지 않은 전통으로 간직하고 싶은 것이다. 21세기 인류의 절반은 여성이고, 글로벌 시대에 동서문화는 구별하기 어려운 시대이다.  서양문화가 우리들의 생활 속에 일반화되어 있는데도 유독 ‘Lady first’ 즉 여성 존중의 습관만은 대부분 성공한 우리나라 남자들의 뇌리에는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다.

 

1920년 미국에서 일어난 도덕재무장 운동(道德再武裝運動 Moral Re-Armament) 1960년대 우리나라에서도 학교와 교회에 번지기 시작했었다. 절대 정직(絶對正直), 절대 순결(絶對純潔), 절대 무사(絶對無私), 절대 친애(絶對親愛) 4대 도덕 표준을 지키는 운동이었다. 필자가 학창 시절 그 집회와 강연에 자주 참여했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요즘에는 상존배 운동(相尊配運動)에도 참여한다. 상존배 운동 역시 MRA 운동과 마찬가지로 세계의 평화와 인류의 행복을 목표로 상호 존중하고 배려하는 운동이다.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정두근 예비역 3성 장군이 현역 사단장 시절에 시작한 국민의식 개선 사회운동이다. 사단장으로서 병영 내의 구타와 가혹행위를 근절시키기 위하여 시작했는데 퇴임 후에는 국민의식개혁을 위한 운동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사람은 성별, 지위의 고하, 부자와 가난한 사람, 노인과 젊은이 할 것 없이 누구에게나 인권이 있고, 나름대로의 인격이 있다.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살아간다면 갈등과 다툼이 없는 살기 좋은 세상이 을 것이다. 요즘 번지고 있는 미투(Me Too) 운동도 조금 우월한 위치에 있는 남성이 약한 여성의 인격을 존중하고 비려하지 않고, 자기본위적인 생각과 순결하지 않은 이기적인 행동에서 시작되었다고 본다. 순결은 여자만의 것이 아니다. 남자도 순결해야 한다. 그래야 공평한 사회 남녀평등의 세상이 된다.

 

평소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던 시인, 정치가, 교수, 문화 예술가들의 실체가 드러나고 보니 어이없다는 생각뿐이다. 오래된 적폐가 권위주의의 보호막 속에서 감추어져 있었던 것을 생각하니 이 바람 부는 봄이 모든 것을 새롭게 신선하게 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 윗사람이 먼저 아랫사람을 배려하고 아랫사람은 윗사람을 존중하며, 나이 든 사람이 젊은 사람을 칭찬하고, 젊은이는 노인을 공경하는 밝은 사회가 이 봄바람에 실려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는다. 불어라 바람아 더 세차게 불어라!

2018 3 21

院村 李休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