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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道)이 憤怒(분노)한다.

2019년 6월 월간문학세계에 기고한 글

인류가 지구상에 태어나서 집단을 이루고 살아가면서 필요에 따라 자연스럽게 두 길이 생겼다. 첫 번째 길은 어떤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위한 형태가 있는 길이고, 두 번째 길은 형태는 없으나 인간이 살아가면서 그 처한 위치에 따라 걸어가야 할 倫理(윤리)와 道德(도덕)의 길이다. 이 두 길이 분노하는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첫 번째 길은 狩獵(수렵)이나 漁獵(어렵)을 위해 자주 다니던 곳에 자연스럽게 생겼다. 수레가 만들어지다 보니 그 길이 넓혀지고, 자동차와 기차가 생기자 포장된 고속도로와 철길이 생기고, 그러다가 필요에 따라 바다에도, 하늘에도 길이 생겼다. 이렇듯 길은 필요한 만큼 발전해 왔고, 또 그만큼 복잡해졌다. 이 복잡함을 해소하고, 원활한 소통을 위하여 필요한 법규도 정해놓았다. 이 정해진 법규를 지키지 않다가는 엄청난 대형 사고가 발생하여 많은 인명의 死傷(사상)이 뒤따를 때 길은 분노한다.

 

두 번째 길도 원시시대에는 씨족이나 부족을 이끌어가는 족장에게 부여한 권위의 길과, 그 권위에 복종하고 따라가야 할 종속된 사람들이 가야 하는 길이 있을 뿐이었다. 어느 정도 독재가 용인되던 시기였지만, 그들은 그 길을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으며 걸어갔다. 그 후 봉건시대에 동양에서는 王道(왕도) 君子(군자)의 길()이 있었고, 서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단지 동양의 君子(군자) 대신 서양에 騎士(기사) 紳士(신사)가 가는 길이 있었을 뿐이다. 그들은 군자가 되는 것이나, 기사나 스스로 신사가 되는 것을 영예롭게 생각하고 자부심으로 그 길을 충실히 걸어갔다.

 

지금은 어떤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민주주의가 발달하여 인권이 존중되는 세상이 되었다. 세상이 변한 만큼 국가 최고 지도자나 고위 관료 혹은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가는 길도 그만큼 발전해야 함은 당연하다 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은 그들에게 오히려 봉건시대의 王道(왕도)를 지켜주고, 君子(군자) 騎士(기사)가 걷던 그 길을 걸어가 주기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2019 5 29,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도나우 강에서 우리나라 관광객 33명과 헝가리 선원 2명이 승선한 유람선이 침몰되는 불행한 사고가 있었다. 정지 상태에 있던 길이 27미터의 작은 유람선 허블 레아니(Hableány)호가 뒤 따라오던 길이 135미터의 대형 MV 바이킹 시긴(MV Viking Sigyn)호에 들이 받혀 순식간에 침몰하고 말았다.

2014 4 16, 우리 바다에서 일어났던 [세월 호] 사고에 버금가는 불행한 사고이다. 이 사고로 유람선에 승선했던 우리나라 관광객 33명 중 7명만 구조되고 다른 26명의 관광객과 헝가리 선원 2명은 사망되거나 실종된 큰 사고였다. 지금 침몰된 선체를 인양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不意(불의)의 사고로 그 가족들은 물론이거니와 많은 우리 국민들과 헝가리의 부다페스트 시민들까지도 슬픔에 잠겨 哀悼(애도)의 마음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때에, 이 엄청난 사고를 내고 부다페스트 현지의 감옥에 구속된 바이킹 시긴 호 선장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가 선장을 석방해야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변론을 했다는 소식에도 길은 분노한다.

 

또한 근래에 길을 분노하게 하는 일들이 주변에서 꼬리를 물고 연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두 번째의 길을 잘못 가는 정치인들이, 법조인들이, 종교인들이, 기업인들이, 언론인들이, 교육자가, 문화예술인들이 그들이 가야 할 正道(정도)를 벗어나 잘못된 길을 가다가 말썽을 빚고 있다. 그들 집단의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현재 이 나라 최고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봉건시대로 돌아간다면 분명 君子(군자)여야 하고 騎士(기사)여야 하며 또한 紳士(신사)여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길은 그들에게 君子(군자) 騎士(기사) 紳士(신사)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최소한 자기 위치에서 지켜야 할 倫理(윤리) 道德(도덕)의 길을 가주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에 길은 실망하고 분노한다. 비록 그 수가 많지 않다고 하더라도 공인으로서의 최소한의 기본 윤리의식 없이 개인의 이익과, 집단의 목적을 달성하고, 또 그들만의 쾌락을 위하여 거짓과 권력과 금력을 잘못되게 휘둘러 대면서 각종 비리를 저지르면서 가지 않아야 할 길을 가면서도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 그들에게 廉恥(염치)를 바라는 것 자체가 잘못일까? 선량한 동료들과 그들에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어서, 또한 길을 분노하게 하고 좌절하게 한다.

 

이렇듯 인류가 편의를 위해 만들어 놓은 길은 지켜야 할 법규나 기본 윤리를 지키지 않았을 때는 엄청난 災殃(재앙) 亡身(망신)이 뒤따른다. 그래서 길은 분노한다. 길은 인간에게 말한다. 자기 위치에서 가야 할 길을 갈 뿐, 그 이외의 것을 바라지 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