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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물들의 흔적을 찾아서(西村)

2021-09-19 21:47:10

보안여관에서 글을 썼던 문인들

경복궁 영추문 길 건너 맞은편 창의궁터와 인접해 있는 곳에 [통의동 보안여관]이 있다. 여관 이름이 ‘보안’이라서 군사독제 시절의 유물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1930년대에 지어진 적산가옥이고 ‘보안’이라는 이름도 그때부터 지어졌다고 한다. 당시 문학하는 사람들이 이 여관에 장기 투숙하며 글을 썼다고 하며, 특히 1936년 서정주(1915~2000), 김동리(1913~1995), 김달진(1907~1989) 등, '생명파'라고 불리던 사람들이 창간한 [詩人部落]의 주역들이 대표적으로 이 여관에 투숙하면서 글을 썼다. 그 후 수많은 젊은 문학 지망생들이 다투어 이 여관에 장기 투숙하면서 글을 썼기 때문에 역사와 문화예술의 삶이 녹아든 공간이 되었다

경복궁 영추문 길 건너 맞은편에 1930년대부터 영업한 통의동 보안여관이 있다.
1930년대에 지어진 이층 건물은 광복 후에도 한동안 동인지 [시인부락]을 발간했던 문인들의 기( 氣 )를 받으려는 듯 젊은 작가 지망생들이 다투어 이 여관을 이용하였지만, 지금은 호텔과 오피스텔이 즐비한 서울에서 낡은 옛 여관의 역할은 빛을 잃게 되었다. 2006년 문을 닫고 철거 위기에 처한 이 건물을 일맥문화재단과 메타로그에서 인수하였다고 한다. 옛 흔적을 그대로 살려 2007년부터 전시장으로 운영하며. 새로운 변신을 꾀하고 있다.
지금 송수인 개인전 "고요한 소란" 이 2021년 8월 28일 부터 2021년 9월 25일까지  전시 중이다. 12:00시부터 18:00시까지다.
주변에 있는 카페 이름도 문학작품에서 빌려다 쓸 정도로 문화예술의 거리로 탈바꿈되고 있다.
보안여관 주변에 있는 [역사 책방] 창에 윤후명 시인의 시가 빛을 발하고 있다.

서촌 풍경

 - 역사 책방 - 윤후명

길을 흘러가는 젊은이들

역사 책방 앞에서 

역사가 무엇인지 바라본다.

그 옆길 보안여관에서는 젊은 시인의 

목소리가 무엇인가 주워 담으며

시여 침을 뱉으라고 읊는다.

이 길목에서 역사와 예술은 꽃피었는데

내가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찰나의 삶을 몸부림쳤으나

모든 것이 떠돌다 간 다음

모든 것이 흐르다 간다.

나는 역사 속에서 무엇을 찾으려 했을까.

 

나는 길가 [역사 책방]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책방 창문에 쓰인 윤후명 시인의 시가 햇빛에 반사되어 읽기가 힘들었지만 아주 천천히 읽으면서 다쓰시로 시오즈(達城靜雄)라는 시인의   편이 생각났다. 그의 인간성을 잘 나타내고 있는   편을 여기 옮겨 본다.

 

[1] 松井伍長頌歌(마쓰이 오장 송가)

다쓰시로 시오즈(達城靜雄)

아아 레이테灣은 어데런가

언덕도

山도

뵈이지 않는,

구름만이 둥둥둥 떠서 다니는

멧千길의 바다런가。아아 레이테灣은

여기서 멧萬里런가·····

 기우리면 들려오는

아득한 波濤ㅅ소리····

우리의 젊은 아우와 아들들이

 속에서 잠자는 아득한 波濤ㅅ소리·····

얼골에 붉은 紅潮를 띄우고

『갓다가 오겟습니다』

웃으며 가드니,

새와 가튼 飛行機가 날라서 가드니,

아우야 너는 다시 도라오진 안는다

마쓰이 히데오!

그대는 우리伍長。우리의자랑

그대는 조선 경기도 개성사람

印氏의 둘째아들 스물한살 먹은사내

마쓰이 히데오!

그대는 우리의 神風特別攻擊隊員

靖國隊員

靖國隊員의 푸른 靈魂은

살아서 벌서 우리게로 왓느니,

우리 숨쉬는 이나라의 하늘 우에

조용히 조용히 도라 왓느니

우리의 同胞들이 밤과 낫으로 정성껏 만드러보낸 飛行機한채에

그대, 몸을 실어 날엇다간 네리는 ,

소리잇시 네리는 고흔 꼿처럼

오히려 기쁜 몸즛하며 네리는 ,

쪼각 쪼각 부서지는 山덤이 가튼 米國軍艦!

수백척의 飛行機와,

大砲와, 爆發彈과,

머리털이 샛노란 벌레가튼 兵丁을실코

우리의 땅과 목숨을 빼스러 

원수英米國의 航空母艦을,

그대

몸둥이로 네려쳐서 깨엿는가?

깨트리며 깨트리며 자네도 깨젓는가!

장하도다

우리의 陸軍航空伍長, 마쓰이 히데오여。

너로하여 香기로운 三千里의 山川이여

한결  짓푸르른 우리의 하늘이여

아아 레이테灣은 어데런가

멧千길의 바다런가

 기우리면

여기서도, 력력히 들려오는

아득한 波濤ㅅ소리·····

레이테灣의 波濤ㅅ소리·····

 

[2] 전두환대통령각하 56회 탄신에 드리는 송시

다쓰시로 시오즈(達城靜雄)

처음으로 한강을 넓고 깊고  맑게 만드신 이여

 나라의 역사의 흐름도 그렇게만 하신이여

 겨레의 영원한 찬양을 두고두고 받으소서.

 맑은 나라의 새로운 햇빛처럼

님은 온갖 불의와 혼란의 어둠을 씻고

참된 자유와 평화의 번영을 마련하셨나니

잘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물가부터 바로 잡으시어

1986년을 흑자 원년으로 만드셨나니

안으로는 한결  국방을 튼튼히 하시고

밖으로는 외교와 교역의 순치를  세계에 넓히어

 나라 젊은이들의 체력을 길러서는

86 아세안 게임을 열어 일본을 이기게 하고

 88 서울 올림픽을 향해  꾸준히 달리게 하시고

우리 좋은 문화능력은 옛것이건 새것이건

 나라와 세계에 떨치게 하시어

 겨레와 인류의 박수를 받고 있나니

이렇게 두루두루 나타나는 힘이여

 힘으로 남북대결에서 우리는 주도권을 가지고

자유 민주 통일의 앞날을 믿게 되었고

1986 가을 남북을 두루 살리기 위한

평화의  건설을 발의하시어서는

통일을 염원하는 남북 육천만 동포의 지지를 받고 있으니

 나라가 통일하여 흥기할 발판을 이루시고

쉬임없이 진취하여 세계에 웅비하는

 민족 기상의 모범이 되신 분이여!

 겨레의 모든 선현들의 찬양과

시간과 공간의 영원한 찬양과

하늘의 찬양이 두루 님께로 오시나이다.

역사 책방 앞에는 예쁜 가을 꽃들이 화분에서 길손들에게 미소짓고 있다.
박노해 글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는 간판이 2층에 걸려있고......  벼이삭도 벌써 익어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서점의 책들과 연관지어 생각해보면 그럴 듯한 착상인 것 같다. 좋은 책을 읽음으로 꽃처럼 순수하고 아름다움과, 우리의 생명을 이어가게 하는 양식도 얻을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닐런지?
다음에 이 길을 지날 때는 이 책방에도 들려보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