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거이(白居易 772 ~ 846)
그의 이름 "거이(居易)"는 ≪중용(中庸)≫의 "군자는 편안한 위치에 서서 천명을 기다린다(君子居易以俟命)"는 말에서 취했고, 그의 자 "낙천(樂天)"은 ≪역(易)·계사(繫辭)≫의 "천명을 즐기고 알기 때문에 근심하지 않는다(樂天知命故不憂)"는 말에서 취했다. 천명에 순응하고 자신이 처한 위치에 따라 행하는(順天與素位而行) 유가의 처세사상이 그의 이름과 자 속에 모두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涼風歎 (양풍탄)
昨夜涼風又颯然(작야량풍우삽연) : 어젯밤 찬 바람 또다시 바람소리
螢飄葉墜臥床前(형표섭추와상전) : 반딧불 날리고 나뭇잎 침상 머리에 진다.
逢秋莫歎須知分(봉추막탄수지분) : 가을을 맞아 탄식 말라 분수를 알아라
已過潘安三十年(이과반안삼십년) : 이이 반안을 진난 지 삼십 년이 되었어라.
夜招晦叔 (야초회숙)
庭草留霜池結冰(정초류상지결빙) : 정원의 풀에는 서리 내리고 못에는 얼음 얼어
黃昏鍾絶凍雲凝(황혼종절동운응) : 황혼에 종소리 끊이고 구름도 얼어 엉기었다.
碧氈帳上正飄雪(벽전장상정표설) : 푸른 모직 휘장 위로 지금 한창 눈발이 날리고
紅火爐前初炷燈(홍화노전초주등) : 붉은 화로 앞에 처음으로 등불 심지에 불을 붙인다.
高調秦箏一兩弄(고조진쟁일량농) : 높은 음조로 진나라 쟁으로 한 두 번 노는데
小花蠻榼二三升(소화만합이삼승) : 작은 꽃 무늬 오랑캐 술통에 두 세 되 술도 있다.
爲君更奏湘神曲(위군경주상신곡) : 그대 위해 다시 상군곡을 연주하려는데
夜就儂家能不能(야취농가능부능) : 밤이면 바로 우리집에 올 수 있을까 없을까.
慈烏夜啼(자오야제) : 자애로운 까마귀 밤에 우네
慈烏失其母(자오실기모) : 자애로운 까마귀 어미를 잃고
啞啞吐哀音(아아토애음) : 까악까악, 슬픈 소리를 토해낸다.
晝夜不飛去(주야부비거) : 밤낮으로 날아 떠나지 않고
經年守故林(경년수고림) : 한 해가 다하도록 옛 숲을 지킨다.
夜夜夜半啼(야야야반제) : 밤마다 밤 깊도록 울음 우니
聞者爲沾襟(문자위첨금) : 듣는 사람은 눈물이 옷깃을 적신다.
聲中如告訴(성중여고소) : 울음소리가 호소하는 것 같음은
未盡反哺心(미진반포심) : 부모 은혜 다 갚지 못한 마음 때문이라.
百鳥豈無母(백조기무모) : 모든 새에게 어찌 어머니 없을까만
爾獨哀怨深(이독애원심) : 너만 홀로 슬퍼하고 원통함이 깊구나.
應是母慈重(응시모자중) : 자애롭고 소중한 건 어머니 사랑이라
使爾悲不任(사이비부임) : 네가 슬픔을 견디지 못하게 하였구나.
昔有吳起者(석유오기자) : 옛날 오기라는 장수 있었는데
母歿喪不臨(모몰상부림) : 제 어미가 죽어도 장례에 오지 않았다.
嗟哉斯徒輩(차재사도배) : 슬프도다! 이런 불효한
其心不如禽(기심부여금) : 그 마음 씀씀이 새만도 못하구나.
慈烏彼慈烏(자오피자오) : 자비한 까마귀, 저 까마귀여
烏中之曾參(오중지증삼) : 새 중에서도 증삼 같은 효자로구나.
* 吳起 : 중국 전국(戰國) 시대에 병법서 <오자(吳子)>를 지은 오기(吳起)를 말한다.
<손자(孫子)>와 아울러 일컬어지는 병법서의 명저(名著)다.
* 曾參 : 중국 춘추(春秋) 시대 노(魯)나라의 유학자(儒學者)로, 공자의 제자다. 자는 자여(子輿), 높이어 증자(曾子)라 한다. 효도(孝道)를 역설(力說)하였으며, <효경(孝經)>의 저자(著者)라고도 일컬어진다.
大林寺桃花(대림사도화)
人間四月芳菲盡(인간사월방비진) : 인간세상 사월에는 꽃 다 지는데
山寺桃花始盛開(산사도화시성개) : 산사의 복사꽃 비로소 한창이네.
長恨春歸無覓處(장한춘귀무멱처) : 봄 간 곳 찾을 길 없어 늘 아쉽더니
不知轉入此中來(부지전입차중래) : 이곳에 돌아와 있는 줄 알지 못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