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29일
문화재청이 주최하고 한국문화재단과 사단법인 대한황실문화원이 주관하는 제3회 궁중문화축전이 2017년 4월 28일부터 5월 7일까지 열리고 있다. 이 축전은[오늘 궁을 만나다]의 주제에 맞춰 궁중문화의 체험은 물론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소중한 추억이 될 수 있도록 행사를 특색화 하여 경복궁, 덕수궁, 종묘, 창덕궁과 창경궁에서 각각 다른 프로그램으로 함께 열리고 있다.
경복궁에서는 경회루의 야경을 배경으로 한 [경회루 야간음악회], 한복사진 공모전 수상작을 전시하는 [한복 사진전]이 열리고 있으며, 덕수궁에서는 대한제국선포 120주년을 맞이하여 [대한제국 황제 즉위식], [대한제국 외국공사 접견례], [대한제국 음악회]등의 프로그램이 있으며, 종묘에서는 조선시대 최고의 제례의식인 [종묘대제], [종묘제례악 야간공연]등이 진행되며, 창덕궁에서는 [어제시 사진전] 외에도 관람객들이 직접 왕실 전속 의료기관인 내의원을 체험할 수 있는 [왕실 내의원 한의학 체험]을 할 수 있고, 창경궁에서는 국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1750 시간여행 그날], 조선시대 궁궐 안 사람들의 일상을 엿보는 [영조와 창경궁]을 관람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2017 궁중문화축전]을 통해 우리 조상들의 전통문화를 보다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갖기를 바란다.
필자는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창덕궁에서 열리고 있는 [어제시 사진전] 개관식에 다녀왔다. 식전 축하공연으로 풀피리 연주가인 성수현님의 풀피리 연주와 임솔내 시인의 어제시 낭송이 있었고, 문귀호 사무국장의 개회사, 그리고 내빈 소개, 이원 황사손(전주이씨대동종약원총재)의 환영사에 이어 Tape Cutting 후, [御製詩 寫眞展]을 관람하였다. 여기 궁궐을 배경사진으로 한 왕들의 시들 중에서 지면상 사진을 제외한 詩 몇 편을 소개 한다.
太祖
瑤落池中隱潛龍(요락지중은잠룡) 요락지(요락지) 연못 속에 숨어있던 작은 용이
移宅今作世間龍(이택금작세간용) 이제 연못을 나와 세상의 큰 용이 되려 하는구나
他日若得風雲會(타일약득풍운회) 장차 바람과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오르면
變化當作沛澤龍(변화당작패택용) 반드시 세상을 다스리는 용이 되리라.
薄相胡爲在此中(박상호위재차중) 인덕이 없는 박복한 관상이 어찌 나라를 새웠는가
深思此理故人風(심사차리고인풍) 이치를 깊이 생각하면 하늘의 도움이 아니었을까
朝鮮始祖雖稱號(조선시조수칭호) 비록 나를 조선의 시조라고 칭송하지만
德之前賢愧不窮(덕지전현괴불궁) 부족한 나의 덕이 현군에 비하니 부끄럽기 짝이없다.
太宗
昵侍王命到玆宮(닐시왕명도자궁) 외람되이 왕명을 받아 마리산 천재궁에 이르니
滿眼秋山錦繡紅(만안추산금수홍) 붉게 물든 가을 산이 마치 비단처럼 곱구나
斂坐松窓無一事(렴좌송창무일사) 창 너머 홀로선 소나무를 고요히 바라보니
溶溶月色塹城東(용용월색참성동) 참성단 동쪽에 은은한 달빛이 나지막이 올라오내.
風榻倚時思明月(풍탑의시사명월) 서늘한 평상에 기대어 밝은 달을 생각하고
月軒吟處想淸風(월헌음처상청풍) 달빛 스민 집에서 시를 읊으며 맑은 바람 생각하였네
自從削竹成團扇(자종삭죽성단선) 스스로 대나무를 깎아 둥그런 부채를 만들었으니
朗月淸風在掌中(랑월청풍재장중) 밝은 달과 맑은 바람이 손바닥 안에 있게 되었네.
世宗
雨饒郊野民心樂(우요교야민심락) 단비가 들녘에 넉넉히 내리니 백성의 마음이 즐겁고
日暎京都喜氣新(일영경도희기신) 맑은 햇살 한양에 비추니 조정에 상서로운 기운이 새롭다
多慶雖云由積累(다경수운유적누) 다경은 올바른 일을 꾸준히 쌓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니
只爲吾君愼厥身(지위오군신궐신) 임금은 백성을 위해 몸을 삼가고 직분을 다하리라.
文宗
鐵石其弓(철석기궁) 무쇠와 바위처럼 강한 활
霹靂其矢(벽력기시) 벼락같이 빠르게 날아가는 화살
吾見其張(오견기장) 내 평생 훌륭한 활 솜씨를 보았지만
未見其弛(미견기이) 화살의 흐트러짐을 본 적이 없다네.
端宗
聲斷曉岑殘月白(성단효잠잔월백) 두견새 소리는 이미 봉우리에 끊겼고 새벽달만 밝은데
血流春谷落花紅(혈류춘곡낙화홍) 핏빛 물에 떨어져 흘러가는 저 봄 꽃 붉기도 하다
天聲尙未聞哀訴(천성상미문애소) 하늘은 귀머거리인양 아직도 애절한 하소연 듣지 못하고
何奈愁人耳獨聰(하내수인이독총) 어찌하여 수심 많은 사람의 귀만 홀로 밝게 하는가.
世祖
鶖鷺旣飽飛(추로기포비) 두루미와 해오라기는 이미 먼 하늘로 날아갔는데
庭菊猶傲霜(정국유오상) 뜰에 핀 노란 국화는 찬 서리를 맞으며 활짝 피었네
旭日照海東(욱일조해동) 말간 아침 햇살은 해동(朝鮮)을 밝게 비치고
龜魚躍滄浪(귀어약창랑) 거북이와 물고기는 큰 바다 푸른 물결에서 뛰노는데
夢覺旣經營(몽각기경영) 꿈 깨어 일어나 국사를 경영하건만
睡者臥深房(수자와심방) 잠자는 사람들은 깊은 방에 누워 세상만 한탄한다네.
成宗
宛轉山橫翠(완전산횡취) 말간 햇살을 품은 산이 온통 비취 빛으로 물들고
霏微雨弄晴(비미우농청) 소소히 내리던 비가 서서히 걷히네
羅紈輕掩暎(라환경엄영) 산등성이에 놀던 비단 구름 바람에 춤추고
巖樹乍分明(암수사분명) 빗방울 흠뻑 젖은 바위와 나무들은 색이 선명하다네
日薄前村影(일박전촌영) 구름 속에 숨은 햇빛 엷어서 마을은 그림자에 덮이고
溪喧何處聲(계훤하처성) 시끄러운 개울물소리 어디에서 나는가
隔林知有屋(격림지유옥) 숲 건너편에 집 한 채 있는 줄 알겠으니
鷄趁午時鳴(계진오시명) 정오 무렵엔 닭들이 목청껏 울기 시작하겠지.
我得蒼鷹毛骨淸(아득창응모골청) 내가 푸른 매를 얻었는데 털과 뼈가 깨끗하고
一飛千野衆禽驚(일비천야중금경) 한 번 날으매 일천 들판의 뭇 새들이 모두 놀라네
韝邊萬里心先發(구변만리심선발) 깍지 위에서 만리를 가려는 마음이 먼저 발하고
呼處多能氣自呈(호천다능기자정) 부르면 다재 다능한 기세를 스스로 뽐내네
却憶尊兄開別墅(각억존형개별서) 갑자기 생각하니 형님께서는 별장을 열어두어
深知錦雉送春聲(심지금치송춘성) 비단꿩이 보내는 봄 소리를 즐기시겠지
纖纖雨霽花明日(섬섬제우화명일) 가랑비 개고 꽃이 화창한 날에
應不忘吾選貺情 (응불망오선황정) 특별히 선물하는 내 마음 잊지 마소.
燕山君
芳樹吐花紅過雨(방수토호하홍과우) 아름다운 나무가 꽃을 토하니 붉은 꽃비를 내리고
入簾飛絮白驚風(입렴비서백경풍) 주렴에 버들개지 날아드니 흰 꽃이 바람에 놀라네
黃添曉色靑舒柳(황첨효색청서류) 누른 빛은 새벽빛으로 버들잎에 푸르게 퍼지는데
粉落晴天雪覆松(분락청천설복송) 꽃가루 맑은 하늘에서 떨어져 소나무에 눈처럼 쌓이네.
翠露凝宵濕絳裳(취로응소혼강상) 푸른 이슬이 밤새도록 비단 치마 적시고
金風蕭瑟斷芳腸(금풍소슬단방장) 가을바람은 소슬하여 애간장을 녹이는구나
憑闌聞雁蟾光冷(빙란문안섬광냉) 난간에 기대 기러기소리 들으니 달빛은 싸늘하고
淚滿星睚不勝傷(누만성애불승상) 붉어진 눈시울에 슬픈 마음 이기지 못하네.
殘薄臨民莫類予(잔박임민막류여) 착한 백성에게 잔인하기 나 같은 이 없지만
那思姦奄犯鸞輿(나사간엄범난여) 간사한 내시가 왕권을 침범 할 줄 생각도 못했네
羞牽痛極多情緖(수견통극다정서) 부끄럽고 분한 마음 삭여도 줄어들지 않고
欲滌滄浪恨有餘(욕척창랑한유여) 맑은 바닷물에 씻어도 한이 없어지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