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2일
독일과의 접경인 이곳 알자스 지방은 프랑스의 동북쪽에 있는 보주 산맥과 라인강 사이에 넓게 펼쳐진 평원으로 면적이 8,280 평방 km, 인구가 1,829,000명 (2007년의 통계), 주도는 스트라스부르이다. 지금은 프랑스의 땅이지만, 르네상스 이전부터 독일과 프랑스의 분쟁 지역이었으며, 1871년 보불전쟁 이후에만도 4 차례나 독일과 프랑스가 서로 빼앗고, 빼앗기기를 반복하였던, 어찌 보면 수난의 땅이다. 그러나 지금은 독일계와 프랑스계 주민들이 양국 문화를 조화시켜서 그들의 고유한 전통문화를 전승하며 경제적으로도 크게 발전하고 있다고 한다.
스위스의 제네바에서 고속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베른과 바젤을 거쳐 국경 검문소를 지나면 프랑스의 알자스 지방에 진입하게 된다. 자동차로 4 시간 정도 걸렸다. 알퐁스 도데가 보불전쟁에서 패한 프랑스가 이곳을 독일에 빼앗겼을 때를 배경으로 쓴 단편소설 [마지막 수업]이 소년 시절 필자의 애국심을 일깨워주게 하기도 했었기 때문에 알자스는 지금도 필자에게 바로 일제강점기 시대 우리의 말과 글을 우리 학교에서 가르치지 못했던 슬픈 역사를 떠오르게 한다.
알자스 지방의 남쪽 탄(Thann)에서 북쪽 마를랭(Marlenheim)까지의 180km 도로를 사람들은 알자스 와인루트(Route des vins d'Alsace)하고 부른다. 보주 산맥이 북서쪽에서 보호막 구실을 함으로써 해양성의 습기와 바람을 막아주고 있어서, 알자스 지방은 건조하고 따뜻한 대륙성 기후가 형성되어 포도 재배에 적합하기 때문에 이 길을 따라 마을이 발달되었고, 15,000 ha(약 4,600,000평)가 넘는 포도밭이 보주 산맥을 따라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필자는 2박 3일 동안 이 길을 따라 2천년 이상 포도재배와 함께 발달한 작은 도시들 게브빌러(Guebwiller), 콜마르(Colmar), 리크위르(Riquewihr), 리보빌레(Ribeauville) 그리고 카이저스부르크(Kaysersberg)까지 둘러보기로 하였다.
1. 게브빌러(Guebwiller)에 있는 작은 마을 베르그홀츠(Bergholtz)
-딜리어 까드 포도주 양조장(Dirler-Cade Winery)에서 15가지 종류의 와인 시음-
미리 방문 예약이 되어 있어서 우리가 도착하자 Jean Pierre Dirler 씨가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다른 예약 손님이 없는 주 중간의 오후 시간으로 예약한 덕분에 시음 전에 이 와이너리의 역사와 규모, 그리고 포도의 재배 방법까지 차분하게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이 와이너리(Dirler-Cade)는 그의 4대 조부가 1871년에 설립하여 지금까지 145년 동안 그 후손들이 대를 이어 경영되어 오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 자기도 은퇴할 때가 되어 그의 아들인 Jean Dirler와 며느리인 Ludivine에게 회사의 경영을 맡기고 자기는 시음장을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제품 홍보를 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딜리어-까드는 자기의 조상이 세운 딜리어 와인과 며느리의 친정아버지 Leon Hell-Cade가 세운 까드 와인을 합작하여 18 헥타르(약 5만 5천 평)의 넓은 포도밭을 경작하고 있다고 하며, 이 모든 포도밭은 각 토질에 맞는 포도를 재배하며, 친 환경 방법으로 경작하고 있단다. 각각 석회암, 화강암, 편암, 점토질, 사암 등 토질이 다른 포도밭에서 수확하는 4 가지 종류의 포도로 와인을 생산하는데, Grand Cru 와인은 Saering, Spiegel, Kessier 및 Kitterle의 포도밭에서 생산되는 포도로 생산한다고 한다.
이는 이 집 전체 포도밭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하며, 트랙터를 사용할 수 없는 경사진 밭에서는 지금도 말이 끄는 쟁기를 사용하며, 전체 포도밭에 제초제와 화학비료는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지금 이곳에서는 92% 이상 향긋한 맛을 내는 백포도주를 생산하고 있으며, 포도밭의 토질에 따라 각각 그 토질에 맞는 종류의 포도를 재배하여 포도주를 생산하지만, 같은 포도밭에서 생산하는 같은 종류의 포도라도 그 해의 기후에 따라 맛이 다르기 때문에 포도주 병에 생산 년도를 꼭 밝힌다고 한다.
금년 자기가 생산한 와인과 과거 생산해서 지금 판매하고 있는 와인의 종류가 100가지가 넘지만, 오늘은 맛이 조금씩 다른 와인 몇 종류만을 시음하라며, 100 개가 넘는 품목이 적혀있는 주문서를 보여준다. 그리고 잔에 와인을 따르면서 와인의 특징을 설명한다. 필자가 15가지의 와인을 시음하면서 설명을 듣고 메모한 내용은 대강 다음과 같다.
(1) 크레망 달자스 브뤼 2014년 산(Cremant d'Alsace 2014)-샴페인처럼 발포성 와인으로 상큼한 맛의 백포도주
* 샴페인이라는 상표는 상파뉴 지역에서 생산하는 와인만 사용할 수 있는 특허이기 때문에 타지역에서 생산한 같은 종류의 와인일지라도 삼페인이라는 이름을 쓸 수가 없다.
(2) 게뷔오스 트라미너 2013년 산(Gewurz Traminer 2013)-장미꽃 향이 나는 백포도주
(3) 리즐링 2014년 산(Riesling 2014 Grand Cru Saering)-단맛이 나는 백포도주
(4) 뮈스캇 2014년 산(Muscat 2014 Grand Cru Spiegel)-사향 냄새가 나는 백포도주
(5) 리즐링 2011년 산(Riesling 2011Grand Cru Spiegel)-부드럽고 약간 단맛이 나는 백포도주
(6) 리즐링 2014년 산(Riesling 2014 Grand Cru Kessler)-가장 늦게 딴 농익은 포도로 만든 단맛이 나는 백포도주
(7) 피노 그리스 2013(Pinot Gris 2013 Grand Cru Kessler )-약간 신맛이 나는 백포도주
(8) 게뷔오스 트라미너 2011년 산(Gewurz Traminer 2011Grand Cru Saering)-장미꽃 향이 나는 백포도주
(9) 게뷔오스 트라미너 2011년 산(Gewurz Traminer 2011Grand Cru Kitterle)-장미꽃 향이 나는 단맛의 백포도주
(10) 게뷔오스 트라미너 2013년 산(Gewurz Traminer 2013 Grand Cru Kessler)-장미꽃 향/ 당도가 높은 백포도주
(11) 리즐링 2011년 산(Riesling 2011Grand Cru Saering)-부드럽고 당도가 높은 백포도주/초코렛과 함께 마신다
(12) 피노 그리스 2009년 산(Pinot Gris 2009 Grand Cru Kessler )-약간 신맛이 나며 당도가 높은 백포도주
(13) 게뷔오스 트라미너 2012년 산(Gewurz Traminer 2012 Grand Cru Kessler)-장미꽃 향/ 당도가 88도 백포도주
(14) 리즐링 2012년 산(Riesling 2012 Grand Cru Kessler)-가장 늦게 수확한 포도로 당도가 높은 백포도주
(15) 게뷔오스 트라미너 2011년 산(Gewurz Traminer 2011 Grand Cru Kessler)-장미꽃 향/ 당도 167도 고가의 백포도주로 금년 이 와이너리서 판매하는 와인 중에서 3 번째로 비싼 와인이다.
오늘의 일정은 여기까지로 마치고, 내일은 콜마르(Colmar)와 리크위르(Riquewihr) 그리고 리보빌레(Ribeauville) 까지로 일정을 잡았다.
2. 콜마르(Colmar)
우리가 들리기로 한 마을들이 벌써부터 크리스마스 시즌 축제로 관광객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서 오늘 오후부터 붐비게 될 것을 대비하여 아침 일찍 출발했다. 콜마르(Colmar)는 인구 약7만 명 정도의 작은 도시이지만, 알자스의 옛 모습이 가장 잘 보존된 도시 중 하나라고 한다.

라인 강 좌안의 평야지대의 중심지로서 16세기가 가장 전성기였다고 하며, 시내 중심으로 흐르는 라인강 지류인 로슈(Lauch) 강에 운하를 만들어서 포도주의 수송이 활발했기 때문에 작은 베니스라고 불리기도 한단다. 13세기에 지어진 생마르탱 성당이 있고, 프랑스가 미국의 독립 100주년을 축하하기 위하여 기증한 자유의 여신상을 제작한 조각가 프레드릭 오귀스트 바르톨디(Frederic Auguste Bartholdi)의 고향이기도 하다. 시내에 축소된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데, 바르톨디는 자기 어머니의 얼굴을 모델로 하여 이 여신상을 제작했다고 한다.
오전 10시쯤 도착했는데도 무료 주차장은 빈자리가 없어 유료 주차장을 찾아 겨우 주차를 하고 중심가로 들어가니 사람들의 물결이 밀린다. 점심때 식당마다 자리가 없을 것이라며 조금 이르게 식사를 해야 한다고 하여 11시 30분에 식당을 기웃거려 보았는데 큰 식당은 대부분 단체 예약이 되어 있어서 자리가 없단다. 세 번째 찾은 운하 곁에 있는 아담한 식당에서 겨우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돼지고기와 감자를 재료로 한 점심 식사를 마치고, 생마르탱 성당 주변과 운하를 따라 지어진 오래된 건물들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1시간쯤 더 관광을 마치고 리크위르(Riquewihr)로 향한다.
3. 리크위르(Riquewihr)
이 도시는 알자스 와인루트에 있는 수많은 작은 도시 중에서 가장 예쁜 마을이라고 한다. 우량 포도를 많이 생산하여 부유한 마을이 되었으며, 중세 르네쌍스 시대의 콜롱바주(Colombages)라고 부르는 목조 건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다.
파리나 큰 도시의 오래된 건축물들은 대부분 석재로 지어진 것들이 많은데, 이곳 알자스 지방은 교회나 공공 건물을 제외하면 거의가 목조 건축물들인데, 이 지방의 건축물들이 더욱 고풍스러운 건축미를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보주 산맥이 베풀어주는 풍부한 산림자원이 이러한 아름다운 주택문화를 갖도록 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이곳 역시 주차장에 자리가 없어 마을 뒤편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니 포도원 곁에 넓은 공간이 있어 그곳에 주차하고 다시 마을로 내려와 어두워지기 시작한 거리를 돌아보며, 예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곳 리크위르 역시 콜마의 건축물들과 같은 것은 이곳 알자스의 와인 가도를 따라 형성된 마을들이 같은 시기에 발달하기 시작한 때문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이곳의 겨울 날씨는 오후 4시가 넘으면 벌써 저녁인 듯 어두워지기 시작하기 때문에 오늘의 일정에 맞추어 리보빌레(Ribeaubille)를 향해 발길을 재촉한다.
4. 리보빌레(Ribeauville)
중세시대 알자스 지방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었던 리보피에르(Ribeaupierre) 영주들이 자주 머무르던 곳이었기 때문에 리보빌레(Ribeaubille)라는 명칭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마을 곳곳에는 영주들이 방어 목적을 위하여 만든 중세시대의 성벽과 탑, 성채의 일부가 곳곳에 남아 있다. 특히 산 위에 세워진 울리치 성(Chateau de Saint Ulrich)과 13세기 건축물 부쉐탑(Tour des Bouchers)이 유명하다. 마을 중심가에는 15세기와 18세기 사이에 지어진 화려한 목조 저택들이 가득 늘어서 있으며 외곽에는 포도밭이 넓게 펼쳐져 있다.
오후 늦게 도착한 이곳에서 채 한 시간도 관광하기 전에 벌써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도착하자 곧 와이너리에 들렸는데 1 시간 후에 시음을 할 수 있다고 하여 시내 구경을 하고 돌아오니 날은 이미 어두워졌고, 와이너리에는 우리 외에도 몇몇 관광객들이 와인 시음을 하고 있었다. 이 와이너리에서는 특히 알콜 도수가 45도인 술을 제조한다고 하여 그 술을 시음해 보기도 한다.
이 마을도 역시 많은 와이너리가 있는데, 와이너리 입구에 디퀴시타시옹(Dequstation-시음)이라는 표시를 부착한 곳에서는 누구나 와인 시음이 가능하다고 한다. 리슬링(Riesling)이라는 청포도를 원료로 만든 최고급 화이트 와인은 알자스 지방에서 약 1400년 전부터 제조하기 시작하였는데, 이 지역 와인의 대표 상품으로 세계 와인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5. 카이제르스베르크(Kaysersberg)
알자스 둘러보기의 마지막 날, 아침 일찍 들른 이곳은 아프리카의 성자로 불려진 슈바이처 박사(Albert Schweitzer,
1875~1965)의 고향이다. 마을 입구에 그의 생가가 있는데, 바로 옆 건물에 슈바이처 박물관(Musee Albert Schweitzer)이 있다. 박물관에는 그의 업적과 관련된 사진, 개인 유품, 관련 문헌 등이 전시되고 있었고, 집 밖 작은 공원에는 조그마한 그의 흉상이 세워져 있었다. 박물관은 1981년에 처음 문을 열었다고 한다.


독일어로 황제의 산이란 뜻에서 유래했다는 마을 이름처럼 중세 내내 독일과 프랑스의 중요한 군사기지 역할을 해왔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알자스와 로렌 지방이 프랑스에 반환되어 있지만, 지금도 독일의 문화와 언어가 남아있기도 하다.
지금은 알자스 와인로드의 주요한 남쪽 관광지로 중세 교회, 성채, 알자스 전통 목조 가옥들이 잘 보존되어 있어서 리보빌레, 리크위르, 콜마르 등과 함께 많은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이곳의 크리스마스 시장이 주변의 다른 마을의 그것들보다 더 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