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자노안도(蓮子蘆雁圖)
연자(蓮子)는 연 밥이다. 연꽃의 씨앗이다. 나눠진 방마다 열매들이 자리잡았다. 씨앗이 많기도 하다. 그 연자(蓮子)는 연자(連子)와 발음이 같다. 연달아 아들을 낳으라는 말이다. 연자를 연과(蓮果)라고도 한다. 이때의 연과(蓮果)는 연과(連科) 와 발음이 같다. 초시 진사 생원, 장원으로 줄줄이 과거에 급제하라는 말이다. 부귀영화 뿐이겠는가. 떡 두꺼비 같은 아들 낳아줄 여편네도 과거 급제에 달려있다. 그러니 죽으나 사나 공부 열심히 하라는 속 뜻을 안고 있다.
여기에 갈대를 한줄기 그린다. 갈대 노(蘆)는 늙을 노(老)와 발음이 같다. 기러기 안(雁)은 편안할 안(安)과 발음이 같다. 결국 노안(蘆雁)은 노안(老安)이 된다. 편안한 여생을 보내시라는 뜻이 담겨 있다.
기러기는 네 가지 덕목을 갖춘 새로 알려져 있다. 그 첫째는 신(信)이다. 추위가 다가오면 북쪽에서 남쪽으로 오고, 날이 풀리면 다시 남쪽에서 북쪽으로 간다. 해마다 어김없이 되풀이되는 기러기의 이동을 보고, 사람들은 믿음을 배웠다. 둘째는, 예(禮)이다. 기러기는 하늘을 날 때 ‘V 자’ 모양을 이룬다. 맨 앞에서 대열을 이끄는 기러기는 경험 많고 힘이 좋은 우두머리 새이다. 앞서서 바람을 가르면 뒤따르는 나이 어린 새들이 쉽게 날 수 있다. 서로 도우며 질서를 지키는 예절 바른 모습이다. 오랫동안 기러기를 연구한 학자들에 따르면, 이렇게 차례를 지켜 비행할 때 약 70 % 정도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다고 한다. 셋째는, 절(節)이다. 한번 정한 짝과 평생 함께하니, 절개가 있다. 홀로 된 신세를 두고, ‘짝 잃은 외기러기’라고 할 만큼 기러기의 사랑은 한결같은 데가 있다. 넷째는, 지(智)이다. 무리 중에 따로 보초를 세워 놓고, 적의 공격을 알리게 한다. 참 슬기로운 새이다. 우리 조상들은 이런 기러기의 여러 가지 덕성을 본받고자 하였다. 혼례식에서 신랑은 기러기와 함께 신부 집에 갔다. 이때 기러기 나르는 사람을 ‘기럭아비’라고 하였다. 원래는 살아 있는 기러기를 썼다, 나중에는 나무 기러기로 바뀌었다. 이 기러기는 부부의 도리를 다하겠다는 마음을 나타낸다.
순차적으로 이 그림을 해석하면 연달아 아들 펑펑 낳고 혹은 연이어 과거에 급제하고서 늙어 평안하게 지내시라는 뜻이다. 이런 그림은 감탄할만한 솜씨로 그려지게 마련이다. 팔자 늘어지라고 주머닛돈 쌈짓돈 털어 환쟁이에게 투자하기 때문일 것이다.
2. 구어도(九魚圖)
아홉 마리의 비단잉어를 그린 그림이다. 물고기는 옛날부터 길한 동물로 여겨 왔는데, 이는 물고기 어(魚)와 남을 여(餘)의 중국어 발음이 같은 데서 연유하였다. 숫자 아홉 즉 구(九)는 오랠 구(久)와 같은 의미로 여겨 오랜 시간을 상징한다. 잉어 리(鯉)를 이로울 이(利)와 같다고 여겨서 장사의 번창을 뜻한다.
3. 삼여도(三餘圖)
물풀 사이에서 노니는 물고기 세 마리가 있는 그림인데 이러한 작품을 ‘삼여도(三餘圖)’라 부른다. 왜 물고기 세 마리를 그려놓고 삼여도라고 할까? 우선 ‘삼여(三餘)’의 뜻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삼여’란 ‘세 가지 여유’라는 뜻으로, ‘삼국지(三國志)’ 위지(魏志) 왕숙전(王肅傳)의 동우(董遇)에 얽힌 고사에 그 연원을 두고 있다.옛날 한 농부가 학문 높은 선비인 동우를 찾아와서 공부 배우기를 청하자, 그는 “백 번의 책을 읽으면 뜻을 스스로 터득할 터이니 먼저 책을 읽으시라(讀書百 意自見)”고 말했다. 농부 왈“저는 농사일이 바빠서 도저히 책을 읽을 시간이 없습니다”라고 했다.이에 동우는, “농사일이 아무리 바쁘다지만, 겨울은 1년의 여분(餘分)이고, 비 오는 날은 맑은 날의 여분이고, 밤은 낮의 여분이니 어찌 시간이 없다고 하는가?”라고 하였다.이 이야기에 연유하여 ‘삼여(三餘)’라는 말이 생겨났고, 학문하는 사람들에게 그러한 정신을 일깨우기 위한 것이 되었으며, 이 뜻을 나타내기 위해서 세 마리의 물고기로 그려져서 선비들 간에 사랑을 받게 된 것이다.그런데 왜 물고기를 그렸을까? 그 이유는‘남을 여(餘)자’와 ‘물고기 어(魚)자’의 중국식 발음이 서로 같음을 이용한 것이었으니, 물고기 세 마리를 ‘삼여(三餘)’의 의미로 표현해 놓은 것이다.
4. 어락도(魚樂圖)
어락도(魚樂圖)란 물고기가 유희를 즐기고 있는 그림으로 두 마리 한 쌍으로 그려진다. 부부의 금실을 상징하기도 하고 다복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리고 조개를 같이 그리기도 하는데, 조개를 합(蛤)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합(合)과 발음이 같으니 부부의 화합을 나타내며 물고기는 수천, 수 만개의 알을 낳으니 자식을 많이 낳으라는 다복의 의미도 있다. 또 물고기는 잠을 잘 때도 눈을 뜨고 잔다고 생각하여 귀신을 물리치는 벽사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
5. 약리도(躍鯉圖)
약리도(躍鯉圖)는 다른 말로 어변성룡도(魚變成龍圖)라고도 하는데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중국에 용문 폭포가 있는데 잉어가 이곳의 거친 물을 헤치고 뛰어올라 여의주를 물면 용이 된다고 한다. 이것이 등용문(登龍門)인데 용이 누구인가? 바로 왕이다. 그런데 왕이 된다는 것이 아니고 왕을 직접 뵙는다는 뜻으로 장원급제 하거나 왕을 직접 모시는 높은 벼슬을 하게 된다는 뜻으로 등용문(登龍門)이라고 한다.
6. 궐어도(闕魚圖)
궐어(闕魚)란 쏘가리를 말하는데 대궐을 나타내는 궐이니까 대궐에 있는 물고기라는 뜻이다. 대궐에 들락날락하는 사람들이 누군가? 바로 높은 벼슬아치들 아닌가? 그러니까 높은 벼슬하라는 뜻이 된다.
대부분 입신양명을 주제로 하는 물고기 그림이 어해도(魚蟹圖)인데, 물고기 그림에 게를 그려 넣기도 한다. 게는 군자를 나타낸다. 왜냐하면 게는 성장하면서 허물을 벗게 되는데 허물을 벗으니 잘못이 없는 군자이기도 하고 게는 껍데기가 딱딱한 갑각류로서 갑(甲)은 바로 1등, 장원이라는 의미도 된다.
-옮겨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