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22일
20세기 최고의 경영사상가 피터 드러커 이야기
드레커는 권한 위임, 학습하는 조직, 수평 조직,
리엔지니어링, 핵심역량, 변화와 경영과 같은 영원한 경영학의 테마들을 처음으로 제시한 사람이다. 저명한 컨설턴트 톰 피터스가 "드러커 이전에 진정한 의미의 경영학은 없었다."고 말하는 이유다. 실로 철학에 있어 플라톤에 비견될만하다. 그가 초기에 관심을 가졌던 문제는 '기업의 정당성'(Corporate Legitimacy)이었다. 기업의 권력은 과연 어디서 나오느냐 하는 것이었다. 20세기 초 전체주의 사회의 권력이 몰고 온 극심한 폐해를 목도한 그는 새로 떠오른 '경영자 자본주의'야말로 전체주의에 대한 대안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경영자 자본주의는 절대적인 선(善)인가. 드러커는 그렇지 않다고 봤다. 경제적·정치적·사회적 차원에서 정당성을 부여 받지 못한 경영자 권력은 결코 선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기업에서 발생하는 모든 부정적인 문제는 기업권력의 여러 속성이 낳은 부작용들이다. 기업권력의 속성이란 재화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자원을 관리하고(경제적 권력), 조직의 구성원에게 행동을 명령하며(정치적 권력), 자신의 활동을 통해 사회 전체의 삶의 질을 통제하는(사회적 권력) 것을 말한다.
아무리 유능하고 도덕적인 경영자가 운영하는 건전한 기업이라고 해도 언제든지 적대적 인수의 제물이 될 수 있다. 이때 노동자, 주주, 납품업자 등 어떤 잠재적 이해관계 당사자들도 이를 막을 수는 없다. 주주와 전문경영자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의 권력적 상충은 언제든지 상호 기만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의 회계 투명성 문제도 그 일단의 부작용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기업권력의 가장 바깥 자리에 노동자들이 있다. 드러커는 20세기에 기업이 사회의 핵심적 실체로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 구성원의 대부분인 노동자들이 열악한 지위에 있기 때문에 정당하게 인정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러커는 당시 온정주의 경영과 노동조합주의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고용과 급여를 포함한 직업 안정성을 도덕적 차원에서 보장하려는 온정주의 경영은 경기순환에 따른 주기적 불황이 불가피한 자유기업 체제에서는 임시방편적인 수단에 불과하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노조운동이 표방하는 이상주의도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봤다. 노조가 내세우는 민주주의는 다수의 조합원이 아니라 지도부의 의지에 따르는 허상의 민주주의가 될 가능성이 크고, 노조라는 것 자체가 또 다른 권력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 일종의 '기업 연방주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기업을 미국식 연방국가 형태로 운영하는 것이다. 그는 이런 형태의 기업운영이 노동자의 소외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환상은 품지 않았지만 그나마 온정주의나 노동조합주의보다는 나은 대안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1954년 출간된 '경영의 실제'를 통해 오늘날 유행어가 되다시피 한 '변화경영(Management of Change)을 선구적으로 소개했다. 변화는 과거-현재-미래라는 3개 시간 차원을 중심으로 각각 전통적-이행적-변형적 사업이라는 구체적인 모습을 통해 기업현장에 등장한다고 했다. 변화경영은 본질적으로 미래에 대한 대응이다. 그러나 인간이 과연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가.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러커는 미래를 어느 정도는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바로 그가 평생에 걸처 추구한 '무지의 조직화'(Organization of Ignorance)라는 주제였다. 가장 흔한 방법은 '투영'(Projection)인데, 이것은 이미 발생한 과거의 사건을 통해 바라보는 가까운 미래다. 최근에 등장하기 시작한 사회경제적 현상에 대해 경영자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미래의 사업기회가 어느 쪽으로 변화해 갈 지 읽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등장한 전례 없는 현상으로 국제 통화시장이 불안정성 증대, 세계 인구집단 분포의 역동적 변화, 민족주의와 테러리즘의 위협, 저개발국의 기술 흡수력, 현대도시의 개화와 삶의 질 향상이라는 의무 등을 들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드러커는 진정한 미래의 관리, 즉 미래를 발명하는 체계적인 방법론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미 발생한 사건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미래에 예상되는 사업 기회들을 나열해 보고 현대로 다시 돌아와 작업하고, 다시 피드백을 통해 그 결과를 점검하는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무지를 조작화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바로 드러커가 말하는 변화에 대한 체계적 경영이다. 아무도 미래를 알 수 없다고 넋 놓고 앉아 있을 수밖에 없다면 이 세상에서는 진정한 의미의 경영자는 없고 오직 도박꾼 밖에 없을 것이 아닌가.
우리는 드러커를 단순한 학자로 규정 지을 수는 없다. 기업경영의 모든 분야에 대해 너무나도 많은 실무적 조언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단순한 컨설턴트 역시 아니다. 넘보기 어려운 철학적 예지와 통찰이 그의 모든 글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제도권 학자들은 그가 자신을 닮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를 무시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결코 정형화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저 토록 방대한 사상적 족적과 영향력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이즘'(ism·∼주의)의 수식어가 따라다니지 않는 몇 않되는 자유인 중 한 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것이다.
드러커는 자타가 공인하는 20세기 최고의 경영사상가다. 하버드대학 시어도어 레빅 교수는 "모든 경영이론은 드레커의 각주(脚註)에 불과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경영학은 물론이고 정치, 경제, 사회, 심리 등 광범위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 그의 저서는 무려 40여 권에 달한다. 드레커의 동료이자 제자로 30년간 교분을 맺어온 미국 페이스대학 존 플래허티 교수는 그저 저술과 논문, 강연, 편지 등을 시기별·주제별로 정리해 한 권의 책(원제 Peter Drucker-Shap Managerial Mind)으로 엮어냈다. 최근 국내에서 '피터 드러커-현대경영의 정신'이란 이름으로 번역서가 출간된 것을 계기로 그의 사상을 훑어본다. 역자인 송경모(宋炅模·경제학 박사) 한국신용정보 평가연구실장이 드러커의 핵심 사상을 정리했다.
"아무도 미래를 알 수 없다고 넋놓고 앉아 있을 수밖에 없다면 이세상에서는 진정한 의미의 경영자는 없고 오직 도박꾼밖에 없을 것이 아닌가."
피터 드러커는 1909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났다. 누대에 걸쳐 변호사·의사를 배출한 명문가의 자제였던 그는 10대 시절부터 빈의 지식인들과 자유로운 만남과 토론을 가질 수 있었다. 어릴 적 다양한 접촉을 통해 '지식을 학습'한 것이 아니라 '학습하는 방법'을 배웠던 것이다. 드러커는 김나지움(고등학교)을 졸업한 17세에 독일 함부르크의 상점에 견습사원으로 들어갔다. 불합리한 제도권 교육에 반감을 갖고 있던 터라 대학진학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이후 증권 애널리스트, 신문기자 등을 거친다. 일찌감치 다양한 직장생활을 함으로써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 신문사에 다니면서 프랑크푸르트대 법학부에 입학, 22세에 19세기 독일의 정치사상가인 프리드리히 슈타알에 대한 연구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는다. 불연속성의 중요성, 절대개념에 대한 거부, 권력의 책임성 등 그의 사상에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개념들은 슈타알의 영향이 크다. 드러커는 기업가는 후천적응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본다. 미래를 꿰뚫고 새로운 사회기회를 찾아내는 '기업가 정신(Entrepreneur Ship)'은 결코 천부적인 것도, 창조적인 것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조셉 슘페터 같은 경제학자가 뿌려놓은 '기업가'에 대한 이미지, 즉 불세출의 천재가 내뿜는 카리스마적 인상을 결코 인정하지 않는다. 이는 오히려 기업가 정신에 대한 사이비 개념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기업가 정신은 노력을 통해 획득되는, 즉 학습할 수 있는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주장을 하게 된 배경은 오랜 기업현실의 체험에서 나온 것이다. 위대한 착상은 위대한 사업의 충분조건이 결코 아니라는 것이 오랜 컨설팅 경험을 통해 그가 내린 결론이었다. 위대한 착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착상 자체는 결코 위대해질 수 없기 때문이다. 범부도 수많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그러나 몇 안되는 진정한 기업가들만이 그 아이디어를 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해 기꺼이 실패와 학습과 노력을 반복할 수 있다는 게 그의 견해다. 그는 제너럴모터스(GM)의 알프레드 슬로언이나 제너럴일렉트릭(CE)의 랄프 코디너 같은 위대한 경영자를 통해 '다양성을 유기적인 사고방식 하에 통일시키는 것'이야말로 경영자의 진정한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기업을 구성하는 다양한 개별 기능들이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역할을 다하도록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852년에 세워진 미국의 자동차회사 '스투드베이커'는 원만한 노사관계 정립에만 힘을 쏟은 나머지 다른 생존목표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해 창립 14년 만에 도산하고 말았다. 비슷한 관점에서 기업들이 이윤극대화라는 목표에만 과도하게 집착하는 것 역시 잘못된 인식이라고 보았다. 그는 또 기업자의 입장에서 진정한 기회를 발견하기 위한 전술로서 다음과 같은 것을 제시한다.
즉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의 활용.
▲비즈니스의 이탈 영역에 대한 인지.
▲인구통계 변화의 활용.
▲산업 및 시장구조의 변화 인식.
▲창조적 모방의 지략.
▲일본식 유도(柔道)의 원리 활용.
▲생태적 틈새의 발견 등이다.
넌 후일 어떻게 기억되어지기를 원하느냐? (What do you want to be remembered for?)
그가 13살 때 선생님이 그에게 한 질문이었다.
만일 당신의 나이 50이 되도록 이에 대한 대답을 할 수 없다면, 당신은 인생을 낭비한 것입니다.
(If you still can’t answer it by the time you’re fifty, you will have wasted your life.)
노년이 된 그가 우리에게 던지는 이야기이다. (퍼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