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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가족 여행

2011년 11월 21일

퍽 오랜만에 온 가족이 모였다. 딸이 마침 서울 출장 중 이어서 출장에 며칠 얹어 단기 휴가를 얻어 왔었고, 그 기간에 맞춰 아들도 1년여 만에 휴가를 나왔다. 온 가족이 같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짧아 2박 3일간이나마 온 가족이 여행 하는 것이 좋겠다며 아이들이 집에 오기 전부터 제주여행 계획을 세웠었다. 

 

딸의 공무가 끝난 11월 12일 오후 3시 김포를 출발하여 오후 4시, 한 시간 만에 제주공항에 우리를 내려준 것은 대한항공 KE1241편이다. 

2박 3일간 편히 쉴 수 있었던 제주대학교 연수원의 앞 모습

공항에서 자동차(Rent Car)를 빌려 타고, 숙소가 있는 서귀포로 향했다. 서둘러 공항으로 나오느라 간편한 점심으로 때를 넘겼기 때문에 우선 저녁을 먹기 위해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식당을 찾았다. 숙소 관리인이 이름난 맛집이라고 일러준 근처의 칼국숫집을 찾아가니 이른 저녁 시간이어서인지 손님이 많지는 않았으나 국수 맛은 괜찮은 편이다.

 

다음날 제주 관광을 위해 출발하기 전에 딸내미가 숙소 앞에서 한 컷.

11월 13일, 숙소에서 간단한 조반을 마치고 9시 40분쯤, 먼저 가까운 정방폭포와 천지연폭포, 외돌개를 거쳐 올레길 7 코스도 조금 걸어보기로 하고 제주관광을 나섰다. 정방폭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입장권을 사려던 아이들이 무료입장을 하게 되었다고 좋아한다. 폭포 입구 쪽으로 가면서 보니, 매표소 위에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바로 어제인 2011년 11월 12일 유네스코가 선정하는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제주도가 선정되었기 때문에 그 기념으로 오늘부터 12월 31일까지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뜻밖의 행운에 여행비용을 다소나마 절약하게 되었다.

 

정방폭포

정방폭포 앞에서 혼자서 폼을 잡았다.
아내와 아들이 정답게 포즈를 취했다.
그래, 아들도 혼자서 폼 잡아 봐.
그래 난 혼자가 좋다니까!!!
가족이 행복한 순간이다.

천지연폭포

여기는 천지연폭포로 가는 길, 아내도 혼자가 좋다나!!!
이 아줌마 억척스런 제주의 여인상 곁에 앉아 무슨 생각을 했을까?
지금 제주에는 '털머위꽃'이 한창인데 도로의 화단에 피어있는 이 꽃을 언뜻 국화꽃으로 착각했었다.
천지연폭포로 가는 입구에 이 지역 출신 김광협 시인의 시비가 세워져 있다.

유자꽃 피는 마을

                                                                                               (김광협 1941-1990 서귀포 출생)

 

내 소년의 마을엔

유자꽃이 하아얗게 피더이다.

유자꽃 꽃잎 사이로

파아란 바다가 출렁이고,

바다 위론 똑딱선이 미끄러지더이다.

툇마루 위에 유자꽃 꽃잎인듯

백발을 인 조모님은 조을고

내 소년도 오롯 잠이 들면,

보오보오 연락선의 노래조차도

갈매기들의 나래에 묻어

이 마을에 오더이다.

보오보오 연락선이 한 소절 울 때마다

떨어지는 유자꽃.

유자꽃 꽃잎이 울고만 싶더이다.

유자꽃 꽃잎이 섧기만 하더이다.

 

외돌개(외딴 돌과 바다)

세계7대자연경관으로 선정된 기념으로 대부분 관광 명소가 2011년 11월 12일부터 12월 31일까지 무료입장을 실시한다.

정방폭포, 천지연폭포, 올레길 7 코스, 그리고 외돌개까지 돌아보는 동안 벌써 점심때가 지났다. 시장하기도 하려니와 다리도 아파서 점심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기 위해 식당가를 찾았다. 관광안내서에 등재된 식당 "신라원"을 찾아간 것은 거기 5% 할인쿠폰이 있었기 때문이었지만, 선객들이 많은 것을 보니 음식 맛을 기대해도 괜찮을 듯싶었다. 젊은 안내원이 안내하는 테이블에 앉으니 6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젊잖아 보이는 사람이 우리 테이블에 와서 주문을 받으면서 자기는 서울에서 직장에 다니다 은퇴한 후 가끔 아들이 운영하는 이 식당에 와서 거들고 있다면서 주방장이 전라도에서 온 솜씨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음식맛이 괜찮을 거라며, 아들의 식당 자랑을 하는데도 듣기에 거슬리지 않았다. 음식이 나온 뒤에도 우리 테이블에서 고기를 굽거나 자르는 서비스를 직접 하면서 우리를 기분 좋게 해주어서 그의 말대로 괜찮은 음식 맛에 온 식구가 즐겁게 점심을 마치고 나왔다.

 

주상절리

여기는 중문단지 부근의 주상절리로 가는 길

제주다원(濟州茶園)

여보게 차나 한잔 하고 가세! 그러세나 어찌 이런 곳을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차 시음장 앞에서 사진도 한 장 남기고,
다향 그윽한 녹차를 여러 잔 마시고,

점심을 마치고 중문단지의 여미지식물원 앞에 있는 넓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천제연폭포, 대포동의 주상절리를 돌아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안에 있는 내국인 면세점도 구경하고, 다시 차를 몰아 제주다원을 향했다. 제주다원은 1인당 입장료를 6,000원씩 받는 대신 시음장에서 녹차를 마실 수 있게 한다.

녹차를 마시고 넓은 다원을 돌아보는데, 녹차 밭을 스쳐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참 시원하다. 녹차 밭을 지나는데 놀라 뛰어 달아나던 노루 한 마리가 나중에 또 만났는데, 그때는 여유 있게 유유히 걸어 녹차 밭으로 사라진다. 아이들이 사진을 찍는 동안 나는 다원의 중간 여기저기 세워진 茶仙亭이라 이름 붙여진 정자에 바람을 쐬며 누워 있으니 마치 내가 신선이 된 기분이다.

녹차 미로체험장을 걸어보기도 하고,
산노루도 뛰어노는 녹원에 서서 낙원을 느끼기도 하고, 으악새 슬피 우는 가을을 체험한다.
茶仙亭에 앉아 바다와 산과 녹원의 어우러짐을 감상하며 詩心에 잠기기도 했다.

濟州茶園

濟州茶園 녹차 향이 그윽도 하다마는

茶仙亭에 부는 바람 新鮮함만 할까보냐

바다도 綠園도 다 품으니 神仙인가 하노라.

 

茶園 시음장의 茶香이 일품인데

산노루 뛰어노는 茶園이 더욱 좋아

自然에 넘치는 仁愛 예가 樂園아니련가.

        2011년 11월 13일 제주다원에서 凡中 李休宰

지금은 제주 하면 감귤이라지만, 자동차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자주 볼 수 있는 감귤 밭의 주렁주렁 풍성한 모습이 참 좋았다.

11월 14일, 아침 일찍 숙소에서 조반을 마치고 체크아웃, '제주돌문화공원'을 향했다. '제주돌문화공원'을 가는 길은 숙소인 서귀포에서 남원읍 쪽으로 달리다가 남원읍에서 조천읍으로 통하는 1118번 도로(남조로)를 따라 '부영컨트리클럽'과 '제동목장'을 옆으로 지나간다. 도로가 비교적 한산한 편이다. 날씨는 어제보다 맑았지만, 바람은 더 세게 불었고 기온도 좀 내려간 모양 제주 날씨치고 좀 쌀쌀한 느낌이다.

 

제주 돌문화공원 

제주의 전통가옥, 바람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낮게 지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세종대왕께서 여기 오셨나?
돌하르방들의 열병식인가?
부처닌 앞에서 아기를 안고 있는 어머니는 어떤 기원을 하고 있을까?
돌 문화 박물관에서는 제주말씨 우리글 서예전도 열리고 있었다.
돌 문화 박물관에 있는 '오백장군겔러리'에서는 방혜자 화백의 작품들(빛에서 빛으로)이 전시되고 있었다.

'제주돌문화공원'을 둘러보고 나와서 다시 제주공항으로 가기 위해 97번 도로(번영로)로 접어든다. 빌린 자동차의 가스를 풀로 채워 반납하고 공항에 도착하니 탑승시간에 1시간가량 여유가 있다. 공항 식당에서 간단한 점심을 마치고 13시 15분 출발하는 KE1228편에 탑승하니 역시 한 시간 만에 우리를 김포까지 데려다 준다. 제주 구경이야 전에도 몇 차례 했었지만, 아이들과 함께한 2박 3일간의 즐거운 시간은 우리 부부를 더없이 행복하게 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