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12일
삼악산[三嶽山]은 강원도 춘천시 서면에 있으며, 해발 654미터의 용화봉, 546미터의 청운봉, 636미터의 등선봉의 제법 험준한 세 봉우리가 함께 어우러져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산 곳곳에 갖가지 모양을 한 크고 작은 기이한 바위가 많고, 봉우리 사이의 주능선은 바위로 되어있어서 계곡이 뚜렷하며, 산세는 작지만 단조롭지 않아 아기자기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또, 삼악산 남쪽의 골짜기 초입은 마치 동굴 속을 들어가는 것 같은 깊은 협곡을 이루고 있으며, 여기에 유명한 등선폭포(登仙瀑布)를 위시하여 크고 작은 폭포가 5개나 있고, 그 외 흥국사(興國寺), 금선사(金仙寺), 상원사(上院寺) 등 오래된 사찰들이 절벽 위에 있어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고 있으며, 등산로를 따라가면서 발아래 펼쳐지는 춘천시 전경과 봉의산, 중도와 붕어섬, 의암댐 등이 같이 어우러진 경치가 일품이다. -[한국의 산하]-
2012년 6월 9일 삼악산을 오르기 위해 상봉전철역에서 7시 50분에 출발하는 춘천행 전철을 탔다. 북한강을 따라 달리는 경춘선을 탈 때마다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지만, 복잡한 서울을 잠시나마 멀리 떠나는 기분이 들어 좋다. 산과 강을 스쳐 불어오는 신선한 바람과 깨끗하고 맑은 하늘에서 내려주는 신선한 햇빛이 매연에 찌든 서울의 그것과 비교가 되어서 일 것이다.
1시간쯤 후 강촌역에서 내리니 8시 55분이다. 역 앞에 세워놓은 강촌관광안내도를 보면서 등선폭포 쪽에서 시작하는 코스와 의암댐에서 상원사 쪽을 통해서 정상에 오르는 코스, 그리고 강촌역에서 다리 건너 바로 시작하는 세 기점 중에 오늘의 산행기점을 어디로 정할까 망설이고 있는데, 한 젊은 등산객이 친절하게 말을 걸어온다. 자기는 택시로 의암댐 쪽으로 가려고 하는데 그쪽으로 가려면 자기가 잡은 택시에 함께 타고 가자고 한다.
친절한 젊은이와 택시를 함께 타고 시원한 강바람을 가르며 10여 분을 달려 의암댐 옆 상원사 매표소에 도착한 시각이 9시 14분이다. 김 교수가 고마움의 표시로 젊은이의 입장료까지 함께 내고, 산행을 시작한다.
등산로 옆 강과 산과 섬들이 한 폭의 그림처럼 내려다보이는 산 중턱에 하얀 2층 건물이 있어 가까이 다가가서 바라보니 찻집이다. 하산길에 들러 땀을 식히며 한잔의 차로 피로를 풀며, 아름다운 풍광을 즐길 수 있는 낭만이 거기 있을 듯싶다.
급경사 길을 따라 땀을 흘리며 20분쯤 올라가니 상원사가 자리하고 있다. 텅 빈 듯한 조용한 절에 여신도 한 사람이 새로운 불사를 위한 기와의 시주를 받고 있었지만, 시주하는 사람은 없고, 부처님께 올리는 약수 파이프에서는 계속해서 물을 뿜어내고 있었다. 부처님께 올리는 약수를 중생이 마셔도 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목이 말라 허락도 없이 한 바가지 받아 마셨다.
상원사를 지나 가파른 돌길을 올라가는데도, 길옆에 무성한 나무 그늘이 햇빛을 가려주어서 청량감을 느끼며 올라간다. 그러나 10시가 채 되기도 전에 벌써 허기를 느낀다. 새벽 여섯 시 전에 집을 나서면서 간단히 때운 조반이 부실했던 모양이다. 땀을 흘리고 올라온 길이 힘에 부쳤는지 온몸의 힘이 다 빠져나간 것 같다. 이어 그늘에 자리를 펴고 준비해 간 음식으로 에너지를 보충한다. 산행에서 나이 든 사람들이 무리하는 것은 금물이다. 충분히 쉬고, 갈증은 제때 해결하고 때맞추어 영양을 보충해야 한다.
시원한 그늘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음식으로 에너지를 보충한다. 다시 힘이 솟는다. 급경사의 오르막을 지나니 이제 험한 바위 능선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시야는 탁 트여서 강과 산과 섬들이 눈앞에 한 폭의 그림으로 펼쳐진다. 이 순간만은 여기 모든 산수풍광(山水風光)이 오롯이 그곳에 서 있는 사람들의 것이다. 그곳에 오르지 않은 사람들은 누구라도 소유할 수 없는 값진 재산이다. 이렇게 부자가 될 수 있는 순간을 위해 사람들은 좋은 산과 강을 찾아 복잡한 도심을 떠난다.
험준한 바윗길을 올라 삼악산 정상인 용화봉(654미터)에 오르니 11시 20분이다. 2시간이 넘게 걸렸지만, 휴식시간이 길어져서 다른 사람들보다 약 30분 정도 시간이 더 걸린 듯하다. 하산 길은 등선폭포 쪽으로 정하고 12시쯤, 남은 음식으로 점심을 먹으며 다시 휴식이다.
휴식을 마치고 1시간쯤 내려오는 하산길은 올랐던 길보다 거리는 훨씬 멀지만, 흙길이고 경사도가 낮아서 다리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오르는 길에서는 멀리 펼쳐지는 그림 같은 풍광을 마음껏 즐겼지만, 하산 길에서는 거대한 바위동굴 같은 계곡 굽이마다 이어지는 '등선 8경'이라 불리는 폭포와 선녀들이나 목욕을 했음 직한 맑은 소(沼)가 이어지는 절경을 지나는 즐거움에 산행의 피로를 잊을 수 있었다.
등선 8경은 하산 길 마지막에 집중적으로 이어진다. 사진을 다 찍어 올리지는 못했지만, 참고로 그 등선 8경을 설명하자면 - 1. 계곡 입구의 협곡인 금강굴. 2. 신선이 노니는 듯한 분위기의 등선 제1폭포. 3. 등선 제2폭포. 4. 신선이 학을 타고 나는 듯한 분위기의 승학폭포. 5. 흰 비단 천을 펼친 것 같은 백련폭포. 6. 선녀가 목욕하던 연못인 옥녀탕. 7. 선녀와 나무꾼의 전설이 있는 선녀탕(용소. 비룡폭포). 8. 옥구슬 문발 같은 주렴폭포. 등이다.
오후 1시 40분쯤 하산하여 강촌역까지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지나가던 강촌식당의 승합차가 우리를 태워주겠다며 타기를 권한다. 오늘은 운수 좋은 날인가 보다. 아침에는 택시를 태워주는 사람이 있더니 오후에는 버스값이 절약되는 일이 생긴다. 식당에서 식사하지 않아도 괜찮다며 강촌역까지 태워준다는 말에 고마워서 배가 부른데도 강촌식당에서 내려 시원한 춘천 막국수를 한 그릇씩 먹는 아량도 베풀고 돌아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