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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네 볼테르에서 보내드리는 편지

제 17신

2013년 8월 11일

<스위스 알프스>의 거대한 자연 속에 나를 맡겨봅니다.

8월 10일 토요일, 우리는 페르네 볼테르에서 로잔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따라 좌측의 쥬라산맥과 오른쪽의 레만 호수 건너편 멀리 보이는 융프라우의 눈 덮인 하얀 봉우리들을 바라보며 스위스 알프스의 아름다운 자연 속을 달려갑니다. 로잔과 브베, 그리고 몽트뢰를 지나, 시옹에서부터는 레만 호수는 끝나고 본격적으로 알프스의 산속으로 난 도로가 이어집니다. 길 양편의 높은 산에서는 더 높은 봉우리의 빙하가 녹아내리는 물이 폭포수가 되어 흘러내리기도 하고, 가파른 산비탈에 잘 가꾸어 놓은 포도밭도 계속 이어집니다. 여기서 흐르는 물이 론 강의 시원이 되어 레만 호수로 흘러 들어갑니다.

레만 호수를 따라 달리는 길은 말 그대로 아름다운 자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입니다.
이런 산 아래의 밭에서 나오는 식자재들은 그야말로 청정식재가 틀림없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옹을 지나 에이글이라는 조그만 산간 마을의 주유소에서 기름을 보충하면서 언젠가 제가 신었던 등산화의 상표가 생각났습니다. 역시 이 마을이 알프스 등산의 초입이기 때문에 등산용품의 상표로 마을 이름을 사용한다는군요.
스위스 알프스는 모두가 절경입니다.
산 아래 마을이 평화롭습니다.
만년설이 쌓여있는 저 봉우리를 정복해 볼 수 없음이 아쉽습니다.

2시간쯤 곧바르게 달리니 [크랑-몬타나]라는 표지판 앞에 [시에르]라는 방향 표지판에서 좌측 방향에 있는 마을로 들어갑니다. 이곳에서 가까운 [크랑-몬타나]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해발 3,000 미터에 조성된 골프장이 있어 골프애호가들이 여름철에 즐겨 찾는 곳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고도 1,500 미터쯤에서 차를 세워두고 걸어서 트래킹코스를 따라 올라갑니다.  계속해서 차량이 다닐 수 있는 도로가 있기는 하지만, 여기서부터는 사유지이기 때문에  관광객들의 차량은 들어갈 수 없도록 차단되어 있습니다. 주변에는 초원이 넓게 펼쳐집니다. 우거진 풀 속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나기에 다가가 살펴보니 아주 작은 개천이 가려진 풀 숲 속에서 조잘대며 흐르고 있었겠지요. 나는 그 차가운 알프스의 물에 손을 담가보기도 합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야생화들이 만발하여 저마다 그 자연미를 발산하고 있어 무척 아름답습니다. 이 높은 곳에도 군데군데 작은 마을도 있고 교회도 있는 아주 전망이 좋은 곳이어서, 잠시 교회도 들러보고 남쪽 멀리에 보이는 수많은 알프스의 영봉들과 그 유명한 마터호른을 바라보기도 하였습니다.

마터호른이 저기쯤 있을텐데!
알프스의 자연은 아름다움 그 자체입니다.
우리 자신도 알프스의 자연이 된 듯합니다.

우리는 이런 포장된 도로를 따라 1,900 미터까지 약 400 미터의 갈지(之) 자로 이어지는 완만한 길을 걸어서 올라가며, 때론 풀밭에 앉아 사진을 찍기도 하면서 이 거대한 알프스의 신선한 바람에 날리는 한 점 티끌이 되어 날아다니는 착각에 빠져 한가롭게 올라갑니다.

해발 1500미터에서 1900미터까지는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이지만 관광객들의 차량은 통제되어서 걸어서 올라갑니다.
욕심 없이 이런 곳에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요?

해발 1,900 미터에 조그만 폭포도 있고, 카페와 목장이 있습니다. 폭포에서 흐르는 물을 도랑을 만들어 흐르게 하고 중간중간에서 작은 수로를 만들어 초원에 흘러 보내기도 합니다. 또 목장에는 얼룩빼기 젖소, 까만 육우, 산양들과 말도 있습니다. 그 대신 가축들의 수가 많지는 않고, 그저 몇 마리씩 있습니다. 관광객들의 볼거리를 위한 것인 듯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카페에는 여러 가지 음식이 있지만, 카드결제가 되지 않고, 현금만 받는다고 하여 현금을 준비하지 않았던 관계로 카페의 음식 맛은 보지 못하고, 집에서 간식용으로 아내가 준비했던 찰밥으로 배고픔을 달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내의 가장 행복한 순간인 듯합니다.

건너편으로 바라볼 수 있는 봉우리들의 이름과 높이를 안내한 그림인데, 햇빛에 반사되어 사진이 희미하게 나왔군요. 서툰 사진사가 햇볕 탓인가요? 만년설이 덮여있는 산들은 보통 4,000 미터가 넘는 봉우리들입니다. 이 거대한 알프스는 아시는 바와 같이 프랑스에서 시작하여 스위스와 이탈리아를 거쳐 오스트리아까지 장장 1,200 킬로미터에 이르는 산맥입니다. 4,807 미터의 최고봉 몽블랑을 비롯하여 4,478 미터의 마터호른, 4,158 미터의 융프라우 등 3,000 미터 이상의 봉우리가 53개에 이르고, 4,000 미터 이상되는 봉우리도 24개나 된다고 합니다. 4,638 미터의 몬테로사가 스위스에서는 가장 높은 봉우리가 된다는군요.

 

딸내미도 행복해 보입니다.
해발 1,500 미터 지점에 있는 조그만 교회입니다.
이렇게 높은 교회에 예배 오는 사람들은 모두 이 만큼 높은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겠지요?
산은 거기에 있고, 나는 마음만 거기에 오릅니다.
과연 이런 멋진 곳에 사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아! 참 좋은 곳이다!
작은 꽃도 군락을 이루면 보기에 아름답습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모두 담고싶습니다.
졸졸졸 풀 숲 속에서 조잘대며 맑은 소리 내어 흐르는 물에 괜히 손을 씻어봅니다.
지금 서울은 살인적인 폭염이 한창이라는데, 이곳은 살찐 말들이 한가롭고, 서늘한 고산지역의 공기가 그야말로 낙원 그 자체입니다.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니 말 그대로 天高馬肥의 계절인가 합니다.

무슨 꽃일까요?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들이 사는 집일 겁니다.
참으로 행복한 순간입니다.
관광객들을 위한 표본 목장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런 고지대에서도 아름다운 꽃은 피고 있군요.
스위스 알프스 최고봉이 제 뒤에 있습니다.
포도 농사는 이 나라의 주요 산업 중 하나입니다.
산간지방에 이렇게 넓은 와이너리가 있다는 것이 놀랍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산을 개간하여 만든 것일 테니까요.
청정한 나라의 청정한 농촌 풍경입니다.

시원한 곳에서 한 번 쉴 숨을 두 번씩 쉬면서 깨끗한 공기로 폐를 청소하면서 그야말로 청정한 알프스의 바다에 나를 던져넣었다 꺼내온 기분을 느끼며 왔던 길을 되짚어 집에 돌아오니 오후 7시입니다.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