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페르네 볼테르에서 보내드리는 편지

제7신

2013년 7월 22일

어제 토요일에는 가족이 함께 해발 2002 미터의 몰레죵(Moleson)에 다녀왔습니다. 이곳은 거대한 알프스의 

작은  봉우리에 불과하지만, 산행 준비 없이도 다녀올  있다기에 가족이 함께 나설  있었습니다.

 

스위스 프리부르(Fribourg) 주의 그뤼에르(Gruyeres)에서 꾀나 경사진 산속 아스팔트 숲길을 자동차가 10분쯤 달리면 넓은 주차장과 어린이 놀이기구가 있는 몰레종의 초입입니다.

스위스에서는 도시를 떠나면 어디서나 눈에 띄는 것은 평화로워 보이는 푸른 초원입니다.
산지가 많은 탓인지 산간지방의 가옥들 역시 산 중턱에도 많습니다.

여기에서 푸니쿨라가 1520미터 지점까지 우리를 태워다 줍니다. 다음은 케이블카로 갈아타고 정상까지 가야 하는데, 케이블카를 기다리는 동안 안갯속에서 가끔 모습을 보여주는 수많은 알프스의 봉우리들을 감상할 수도 있고, 군데군데 지어놓은 목장과 풀을 뜯고 있는 젖소들의 워낭소리에서 진정한 평화로움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또 이렇게 험준한 곳에까지 이렇게 좋은 초지와 목장을 만들어낸 이나라 사람들의 근면성과 도전 정신을 볼 수도 있었습니다.

정상을 100미터쯤 남겨놓은 곳이 케이블카의 종착지인데, 꾀나 넓은 곳이어서  식당과 야외에 여러 개의 테이블과 의자를 놓아서 걸어서 올라온 비교적 젊은 사람들과 케이블카로 올라온  노약자들이 맥주컵이나 아이스크림을 들고 함께 휴식을 취하기도 합니다. 철재로 높이 만든 전망대에 올라갔지만, 안개구름이 시야를 가려서 금방 내려오고 말았답니다.

여기저기 낮은 곳에는 녹지 않은 눈이 남아있는데, 주변은 온통 그야말로 아름다운 야생화의 바다입니다. 노랑, 빨강, 분홍, 흰색, 보라색의 바다에 빠진 가족들이 정신없이 카메라의 셧터를 눌러대며 헤어 나올 줄을 모릅니다.

 

걸어서 정상까지 올라가니, 때마침 안개가 걷히고, 사방으로 높고 낮은 알프스의 수많은 봉우리들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구름이 다시 이 모든 것을 가려버리기까지 한 순간이었지만, 시원한 시야에 맑은 공기가 마음과 가슴을 청결하게 씻어내려 주는 듯했습니다. 다시 케이블카로 1520미터 지점까지 내려와서, 이번에는 쿠니쿨라를 타지 않고, 알프스의 청량한 공기 속에서 싱그러운 풀냄새와 젖소들의 배설물 냄새를 함께 맡으며 천천히 걸어서 내려오면서 이런 것이 행복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제 8신

2013년 7월 23일

오늘은 가족들이 피곤한지 늦은 시간까지 잠에서 깨어나지 않고 있어서 한가롭게  글을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가족들이 모처럼 휴식을 취하는 동안 저는 독서삼매경에 빠져야   같습니다. 다시  전해드리겠습니다.

 

제 9신

 

2013년 7월 24일

지난 토요일 몰레종(Moleson)에 다녀와서 소식을 전해드리고 이제야 다시 전해드리게 되는군요. 지난 일요일은 가족이 편안히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다음날 아들은 임지인 시드니로 떠나고, 딸내미도 화요일부터 휴가를 마치고 출근을 하여서  후엔 집사람과 저만 집에 남게 되었습니다.

 

한가한 틈에 그동안 blog에 올리지 못했던 사진을 편집하여 올려놓았습니다. 메일을 보내드릴 때 사진을 함께 보내드리지 못하여 아쉬웠었는데, 이제는 블로그에 용량이 허용하는 만큼 사진을 올렸으니 들려 보시기 바랍니다.

지금도 서울에는 장마가 걷히지 않았다는데, 이곳에는 작년 가을에 왔을 때는 거의 매일처럼 오락가락하는 이슬비가 내리더니, 여름철인데도 요즘은 별로 비가 내리지 않아서 이상할 정도입니다. 기온도 서울 보다는 낮은 편이어서 심하게 덥다는 생각이 들지 않지만, 역시 여름이라서 햇볓은 상당히 따가운 편입니다. 요즘은 아침운동과 독서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다음 주부터는 작년에 올라 다녔던 쥬라산과 몽 샬레브에도 가끔씩  오르고, 제네바 시내의 박물관도 찾아다닐 생각입니다. 알프스의 야생화를 주제로 한 사진을 보내드립니다. 

 

제 10신

2013년 7월 28일

 7 25일, 드디어 몽 쥬라의 5 봉우리를 종주했습니다. 서울을 떠나기 전부터 마음속으로 계획했던 산행이었지요. 작년 겨울에 왔을 ,  창문 밖으로 빤히 바라다보이는 눈 덮인 하얀 봉우리들이 자꾸만 저를 유혹하는 바람에  번이나 올라가 보려고 시도했었지만, 그때는 오후 5시만 되면 어두워지는 짧은 겨울 해도 문제였고,  등산 지도마저 없이 처음 가는 산인 데다, 등산객도 많지 않아서 어쩌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가면서 겨우 1,172미터까지만 올라갔다가 혼자서 가는 길은 위험하다며 만류하는 바람에 아쉽게 되돌아 내려왔던 경험이 있었지요.

 

 아쉬웠던 기억이 지금 저의 체력에는 다소 무리가 되리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10시까지 어두워지지 않는  여름 해와, 매일 아침 산책으로 다져진   다리를 믿고,  자신만만하게 배낭을 챙겨 아침 7시에 집을 나섰습니다.  젝스(Gex)라는 등산로 입구 마을까지 버스로 30분을, 다시 30분을  걸어가서 쥬라산 등산로의 들머리에 도착할  있었습니다.

등산로 입구에는 숲과 야생화가 아름답습니다.

15도 정도의 경사도가 낮은 등산로 주변은 아름드리 전나무의 빽빽한 숲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었고, 가끔씩 여기저기 군락을 이루는 야생화가 싱그럽게  향기를 뿜어주는가 하면  지저귀는 새소리에 바람도 산들거려서 산책하는 기분으로 2시간쯤 걸어갑니다.

멀리 보이는 정상이 제가 오늘 정복해야 할 쥬라산의 정상입니다.
이곳이 1180미터 지점이라는군요.

여기까지는 작년 겨울에도 눈을 밟으며  차례 왔던 길이어서 힘들이지 않고 아주 수월하게  수가 있었지요. 어느 산이나 오르고 내리는 길은 여러 코스가 있기 마련이어서 쉬운 길을 물으려 해도  사람을 만날  없었는데, 능선으로 올라가기  갈림길 쉼터에서 물을 마시며 올라갈 길을 생각하고 있을 때, 마침 40대쯤 되어 보이는  남자가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 딸을 데리고 올라와서 그의 도움으로 쉬운 등산로를 찾을  있었습니다.

평평한 등산로 입구에서 바라보는 내가 정복해야 할  산정의 모습이 아스라하게 보입니다.

1,100미터 지점에서부터는 키 큰 나무는 전혀 없고, 경사도 45도쯤의 푸른 초원에서 풀을 뜯는 소떼들의 워낭소리만 평화롭게 울려 퍼집니다. 초원이 끝나는 곳에서부터는 자갈과 바위가 이어지는 급경사 길이어서 길을 잘못 선택했나 후회가 되기도 했지만, 뜨거운 햇볕에 구슬땀을 흘리며 1시간 반쯤  올라가니 암벽의 , 그런데 거기에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평원의 초원이 펼쳐집니다.

해발 1000미터가 넘는 가파른 산 중턱에서도 소들이 풀을 뜯고 있습니다.

능선으로 가는 중간쯤에서 그들은 평이한 길을 따라 먼 길로 돌아서 가고, 저는 조금 가파르고 힘이 들겠지만, 바로 능선으로 가는 지름길을 택했지요.

낭떠러지 암벽길을 힘들여 올라갔지요.
험한 바위 절벽 밑에서도 아름다운 야생화는 피고 있습니다.

 11시 반인데도 다리도 아프고 허기가 느껴집니다. 준비해  얼음물로 목을 축이고, 아내가   찰밥  덩이로 점심을 때웁니다. 초콜릿과 샌드위치는 간식으로 남기고, 이제 초원 위를 사뿐사뿐 걸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서 5개의 봉우리를 지나는 동안 가끔씩 마주 오는 등산객들도 만납니다. 올라올  전혀 보지 못했던 산행인들이 반대편에서 상당수가 오는 이유를 목적지에 도착해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페르네 볼테르에서 보이는 높은 타워가 있는 봉우리에는 반대쪽에서 올라오는 케이블 카의 종착역이어서 대부분의 산행인들을 여기까지 태워다 주면 그들은 제가 올라온 길로 하산을 하면서 산행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해발 1,500 미터의 암벽 너머에는 전혀 다른 세계가 있을 줄이야! 정말 감탄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절벽의 바윗길을 힘들게 올라오고 보니 이런 초원이 펼쳐집니다.
여기에도  깊은 웅덩이에는 아직 녹지 않은 눈이 남아 있었지만,주변의 초원에는 아름다운 야생화가 절정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오후 2시 10분 산행을 시작한 지 6 시간 10분 만에 목적지에 도착하였습니다. 주라산의 최고봉으로 생각하고 목표를 새웠던 이곳이 최고봉이 아닌 것을 표지판을 보고야   있었습니다. 이곳을 향해 오면서 1,595미터 의 봉우리도 지나왔는데, 여기가 1,540미터라니 의아했지요.

1950년에 이곳에 올라온 등산클럽의 사람들이 기념으로 남긴 표시인 듯합니다.
6 시간 10분 동안 땀을 흘리며 올라와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하였습니다.
내가 올라간 등산로의 반대편에는 케이블카로 쉽게 올라올 수 있는 길이 있었나 봅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풍경
해발 1540미터의 봉우리는 주사산의 정상이 아니고, 오직 케이블카의 종점이며 전망대와 휴식 공간이 있을 뿐인 곳인데 내가 올라온 등산로 입구에서는 정상으로 보였지요.

정상이 1,700미터가 넘는 것으로 알고 올라왔는데 표지판에 1,540미터라고 적혀 있어서, 주변에 있는 젊은이에게 물어보니 주라산 최정상은 제가 지나온 능선의 뒤편에 있는 봉우리 라고 합니다. 아뿔싸 해발 200미터 가까이 차이가 나는 봉우리도  아래서 보면 비슷비슷해 보이고, 봉우리에 높은 타워를 세워놓아 보기에도 웅장해 보여서 그곳이 최정상이려니 짐작한 것이 순전히 저의 착오였습니다. 케이블 카의 종착역인 이곳에는 통신 타워와 레스토랑도 있었고,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레만 호수와 제네바 시내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휴식 후 2시 30분  젊은이가 가르쳐 준 가장 가까운 길을 따라 내려오는 길에는 올라오던 길에서 보다 더 무성한  야생화의 물결 속을 지나왔지요. 나무 숲까지 내려와 다시 남은 간식으로 허기를 채우고 내려오는데, 1리터쯤 가지고 갔던 물이 떨어져 걱정이 되었습니다. 하산 길이라서 크게 갈증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그래도 이곳에서는 산에 물도 귀할 뿐만 아니라 흐르는 물이 있어도 마실 수가 없는 것은 석회가 다량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천만다행으로 길 가에서 1805년 나폴레옹 황제 때 만들어졌던 샘을 발견하고 갈증을 해소할 수가 있었습니다. 시원한 물을 실컷 마시고, 빈 페트병 두 개에 물을 채워 내려왔지요.

1805년 나폴레옹 황제가 군인들을 위하여 만들었던 샘이 오늘 나의 갈증을 해소시켜주었습니다.
젝스의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오후 4시 40분, 버스를 기다렸다 집에 돌아오니 오후 5시 30분이었으니, 아침 집을 나선 지 10시간 반 만에 돌아왔고, 산행시간만 9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이번 주말까지는 푹 쉬어야 할 것 같습니다. 다시 소식 전할 때까지 건투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