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신
2013년 7월 10일
작년 10월에 이어 두 번째 방문입니다. 새벽 3시에 일어나 아내를 도와 짐을 꾸려 6시에 집을 나섰지만,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탑승수속을 마치고, 9시 반에 이륙한 에어 프랑스 0267기는 12시간 만에야 파리에 도착합니다. 드골 공항에서 2시간 후에 출발해야 할 제네바행 비행기가 연착하는 바람에 다시 1시간을 더 기다려서야 탑승, 1시간을 날아 제네바공항에 도착하여 시골 마을인 페르네 볼테르에 도착했습니다. 집을 나선 지 꼭 16시간 만이군요. 전날의 수면 부족, 긴 비행의 여독, 시차에서 오는 신체리듬의 불균형 현상이 복합하여 쏟아지는 졸음을 억제하지 못하게 한 모양입니다.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지요. 물론 젊었을 때와 다른 것을 보면 나이 탓도 있나 봅니다.
제2신
2013년 7월 11일
어제는 초저녁부터 9시간 이상을 푹 잔 덕분인지 4시쯤 잠이 깨었습니다. 5시가 되기도 전에 날이 밝아오며
하늘의 별들은 서서히 희미해지기 시작하네요. 나는 볼테르의 산책길을 걷기 위해서 더 자고 싶어 하는 아내를 집에 두고 혼자서 조용히 집을 나섰지요. 230여 년 전 볼테르가 걸었던 이 길은 볼테르가 살았던 샤토 볼테르에서 직선으로 2 Km가 넘는 아름다운 숲길입니다. 아름드리 참나무 숲 터널의 길이 끝나는 곳은 제네바 공항의 활주로 울타리 가에 아직 수확하지 않은 밀밭이 가로막고 있군요.
60대 중반의 볼테르가 산책하던 240년 전 당시에는 제네바 공항의 활주로는 없었겠지만, 직경 2 Km에 길이 약 4Km 정도의 평지의 숲은 그때도 지금처럼 맑은 공기를 뿜어내고 있었을 것이고, 숲 끝으로 이어지는 밀밭과 숲 사이의 길가에는 지금처럼 형형색색의 예쁜 들꽃들이 산책하던 볼테르를 반갑게 맞았을 것입니다. 돌아오면서 하얀 개망초꽃, 노랗게 핀 비수리꽃, 빨간 우미인꽃, 멀리서 보면 예쁘지만, 정작 꺾으려면 잎과 줄기에 가시가 돋친 엉겅퀴 꽃을 포함하여 몇 개의 들꽃을 더 꺾어와 식탁의 화병에 꽂아주니 아내와 딸이 좋아하는군요.
제3신
2013년 7월 16일
지금 서울에는 장맛비가 오락가락하고, 남부지방은 기온이 34도까지 오르는 三伏더위가 한창이라는 소식이군요. 여기는 아직 낮 기온이 높아야 26-7도에, 종종 시원한 바람까지 불어서 그늘에 있으면 덥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군요. 특히 새벽 산책시간에는 우리의 가을 날씨쯤으로 착각할 정도입니다.
이곳에 온 이후, 아직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평소대로 1(일일일선), 10(열 번 크게 웃기), 100(백 글자 외워 쓰기), 1000(천 글자 읽기), 10000(만보 걷기) 방법의 치매예방운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자기의 운동을 하고 있지 않으신 분들께 권해드며, 저의 운동 방법을 소개해 드립니다. 즉 아침 5시 기상, 오늘 실행할 착한 일 한 가지를 생각합니다. 그리고 1시간 동안 온몸 마사지 운동과 단전호흡, 그리고 간단한 근력운동을 한 후, 1시간가량의 산책을 하면서 10번을 크게 웃어봅니다. 돌아와 샤워를 하고, 쓰기와 읽기를 1시간가량 하면 나름대로 치매예방운동(?)이 마무리됩니다. 일과를 시작하기 전 3시간을 투자하면서 치매도 예방되고, 또, 하루가 그만큼 길어진다고 생각하면 즐겁답니다.
아침 식사를 마치면 인터넷 검색을 한 후, 특별한 일이 없으면 독서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요즘의 일과입니다만, 어제 시드니에 살고 있는 아들이 일주일 휴가를 내서 떨어져 지내던 가족과 함께 보내기 위하여 이곳에 왔습니다.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함께 모였으니 되도록이면 같이 보내는 시간을 많이 갖으려고 합니다.
어제는 아침 산책을 혼자서 했었지만, 아들이 도착하여 점심 후, 가족이 함께 샤토 볼테르에 들렸다가 볼테르의 숲길 산책로를 돌아왔지요. 저녁엔 이 나라의 독립기념일 행사 중의 일부인 화려한 불꽃놀이 축제도 구경하였습니다. 다시 또 전해드리겠습니다.
제 4신
2013년 7월 17일
어제는 ‘재즈 페스티벌’이 열리는 몽트뢰로 가다가 길가의 아름다운 작은 마을 브베에서 잠시 쉬었습니다.
호숫가 경사진 포도밭은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곳이고 루보 와인을 생산하는 곳으로도 유명하지요.
이 포도밭 위에 있는 작은 카페 “The deck”은 푸른 호수와 넓은 포도밭이 내려다 보이고 호수 건너에는 봉우리에 만년설을 이고 있는 알프스의 준봉들이 바라보이기도 하는 전망이 아름답고 분위기까지 좋은 곳이어서
작년에 이어 이번에도 또 들렸답니다. 작년에는 가을이어서 포도를 수확한 후 단풍 든 포도잎이 정말 아름다웠지만, 금년은 날씨 탓인지 아직 포도알이 덜 자라서 늦가을에나 수확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몽트뢰는 해마다 여름철이면 국제 재즈 페스티벌이 열리죠. 관광객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어서 철마다 독특한 축제를 열어 호숫가의 길가 양쪽으로 임시 가게를 설치하여 많은 먹을거리와 관광상품을 팔면서 손님들의 흥미를 끌고 있더군요. 작년에는 12월에 “크리스마스 용품전”이 열릴 때 들렸었지만, 여름철의 “재즈페스티벌”에도 정말 많은 인파가 몰려들어 활처럼 휘어진 레만호숫가의 임시 가게 사이로 다양한 인종의 물결이 넘쳐나고 있더군요. 공연 입장권을 예매한 아들과 딸은 공연장으로 들어가고, 우리 부부는 그 물결 따라 호숫가를 흘러 다니다가 공연이 끝난 뒤늦게야 집으로 돌아왔답니다.
제 5신
2013년 7월 19일
오늘은 이탈리아의 밀라노에 다녀왔답니다. 페르네 볼테르에서는 400km가 넘는 곳인데, 가는 데만 약 4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프랑스에서 스위스를 거쳐서 다시 프랑스를 지나면서,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있는 샤모니 알프스의 몽블랑을 바라보면서 20개가 넘는 터널을 지나기도 하고, 험준한 산길을 돌아 돌아 이태리 땅에 도착하여 이태리의 등뼈라고 하는 아페니노 산맥을 옆으로 바라보면서 달리는 산골 마을과 마을을 지나면서 고대 에트루리아족의 고성을 바라보기도 하였습니다. 이 길은 2006년에 우리 부부가 단체관광으로 달렸던 길이지만, 초행인 아들과 딸을 위해 다시 달려보게 되었습니다.
밀라노 하면 뭐니 뭐니 해도 레오나르드 다빈치가 전성기에 17년 동안이나 활동한 그의 고향과 같은 곳일 뿐 아니라 두오모 성당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이지요. 두오모 성당은 바티칸에 있는 성베드로 성당과
런던에 있는 세인트폴 성당, 쾰른에 있는 대성당에 이어 세계에서 그 규모가 4번째로 클 뿐만 아니라
높이가 157미터 너비가 92미터에 135개의 첨탑과 3400개의 조각품으로 외부를 장식한 건물이라니
건물 자체가 가히 예술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1386년에 시작하여 1813년에야 완공되어
400년 이상의 기간 동안 공사를 하였다니 얼마나 많은 공사비와 정성이 들었을 것인가 짐작이 갑니다.
지금은 이태리 최대의 공업도시로 세계적인 섬유산업의 첨단을 걷는 곳이지만, 시내의 중심가 건물들은 중세의 고풍스러운 멋을 그대로 지니고 있더군요. 또 우리나라의 성악가 조수미가 무대에 섰던 그 유명한 라스칼라 극장도 두오모 성당과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시내를 한 바퀴 돌아 성당 앞과, 다빈치의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많은 시간을 보내다 돌아왔습니다. 다시 또 보내드리겠습니다.
제 6신
2013년 7월 21일
오늘은 프랑스의 조용한 호수의 도시인 안시(Annecy)라는 곳에 다녀왔습니다. 이곳 페르네 볼테르에서 자동차로 1시간 남짓 걸리는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는 유서 깊은 도시입니다. 저와 아내는 작년 가을에도 들렸던 곳이지만, 초행인 아들을 위해서 다시 들렸지요.
시내관광을 마치고 우리는 작년 가을에 들렸던 스위스 풍의 치즈 전문 음식점에 들려서 맥주 한잔씩 시키고 치즈를 주 원료로 하는 퐁듀와 몇 가지 음식을 시켜 즐거운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이 도시의 간략한 역사와 사진은 지난해 가을 방문 때 올린 제 블로그의 "제네바에서 18"에 올려져 있어서 생략하겠습니다. 다시 또 보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