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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Geneva)에서의 日記

2012년 12월 18일(화요일)

아리아나 박물관(식문화 작품 전시장 개관행사)

FOOD Reflections on Mother Earth, Agriculture and Nutrition이라는 주제의 전시회의 opening 행사에 지난 11일 이 박물관을 관람할 때 초대를 받았었기에 저녁 6시 30분 행사 시작 시간보다 이르게 가족과 함께 참석하였다. 먼저 기존의 도자기 및 유리공예품, 그리고 회화 전시실을 아내와 딸을 위해 다시 둘러본 후, 다시 오늘부터 새롭게 전시하는 음식 관련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는 전시실을 관람했다.

 

 총 13개국의 작가들이 27점의 작품을 출품하였는데, 스위스(8점), 브라질(4점), 이태리(3점), 프랑스와 인도가 각(2점), 스페인, 쿠바, 그리스, 일본, 미국, 벨지움, 아르메니아, 세르비아에서 각 1점씩, 출품되어 전시하고 있었다.

박물관 기증자 Gustave Revilliod (1817-1890)의 초상화
박물관 관계자가 개관 행사에서 인사말씀을 하고 있다.
행사에 참석한 관람객들
행사 시작 전의 중앙 홀의 모습

 

Subodh Gupta(India) 작품
Mircea Cantor(France) 작품
Anna Maria Maiolino(Brazil) 작품
John Armleder(Switzerland) 작품
전시회를 돌아본 후 아내와 한 컷

 

2012년 12월 22일(토요일)

 몽쥬라의 눈길을 가족과 함께

며칠 전 혼자 적설량이 3, 40cm는 충분히 내린 몽쥬라에 다녀왔는데, 그제와 어제 기온이 높고, 비가 내린 덕분에 마을에는 눈이 거의 녹았지만, 산에는 아직도 흰 눈이 쌓여 있어 눈 위를 걷는 즐거움을 가족들과 함께 즐기기 위해 점심을 먹은 후 자동차로 같이 집을 나섰다.

 

몽쥬라의 등산로 입구에는 아직도 쌓여있는 눈이 발목 위까지 올라올 정도였다. 차를 세워놓고 5분 정도 올라가니 빗방울이 듣기 시작하여 다시 자동차에 가서 우산을 가져다 받치고 천천히 올라가는데,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기 시작한다. 마을에서는 맑던 날씨가 산에 오니 변덕을 부린다. 눈 위에 내리는 빗방울과 영상 5, 6도 되는 기온에 등산로에 쌓였던 눈이 녹기 시작하여 발자국이 푹푹 파일 정도이다. 그러나 산속의 맑은 공기와 숲 속에 쌓인 눈을 보면서 걷는 눈길의 촉감이 좋아서 딸과 아내가 좋아하는 것을 보니 같이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산로 주변의 전나무 고사목에 돋아나는 버섯을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며 연신 카메라의 셧터를 눌러대기도 하고, 작은 열매를 보면 달려가 카메라를 들이대기도 한다. 아름드리 고사목의 밑동에는 파란 양탄자처럼 보드라운 이끼가 앉아 있고, 그 위에 새로 난 어린 전마무가 자리를 잡고 자라고 있다. 천천히 걸어 2시간쯤 올라가니 눈길이 점점 깊어진다. 돌아오면서 즐거워하는 딸과 아내의 모습이 행복해 보였다. 

어제 혼자 산행하면서 찍은 것. 목장에 심어진 마로니에 나무에 피어있는 느타리버섯(?)
자작나무에 돋아난 말발굽버섯(?) 어제 숲에서 찍은 것.
몽쥬라의 등산로 입구에서 눈 속에서도 아직 지지 않은 단풍잎이 곱다.
사진사를 자청한 딸내미의 작품
눈 속에서도 이렇게 푸름을 유지하고 있는 전나무가 몽쥬라의 아름다운 풍치를 유지시키고 있다.
눈이 많이 내리면 토끼님은 여기서 추위를 이겨내고, 봄이 올 때까지 잘 견디기 바랍니다.
분홍 우산에 그린 장갑으로 최신 패션을 선보이고 있는 모델입니다.
푸른 이끼도 몽 쥬라의 풍치에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미녀 패션모델이 등장했군요.
썩은 나무 밑동에서는 새로운 생명이 자라고 있습니다.
새들이 왜 그냥 두었을까? 먹음직스럽기도 합니다만, 너무 예뻐서 인지도 모르지요.

 

2012년 12월 23일(일요일)

에비앙, 나무뿌리 조형물 전시회 

에비앙은 프랑스의 남부 론 알프스 지방에 있는 조그마한 휴양도시의 이름이지만, 우리에게는  생수 이름 에비앙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생수 에비앙은 하루에 600만 리터를 생산하여 전 세계 120여 개국에 수출하여,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미네랄워터라고 하니 도시이름 에비앙으로 보다는 생수의 상표인 에비앙이 더 알려질 수도 있을 듯하다. 에비앙은 레만호수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 스위스의 로잔을 빤히 바라다보고 있다. 

 

1790년에 근처에 살던 한 남자가 이곳의 물을 먹고, 요로결석이 완전히 치료되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까샤(Cachat)라는 이 샘의 주인이 1826년 물로 병을 치료하는 수치료(水治療)센터를 세워, 프랑스와 스위스의 부자들이 몰려들어 도시가 발전하게 되었으며, 1878년에는 의학계의 인증까지 받아서 이 샘물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제네바대학 근처에서 열리고 있는 벼룩시장을 구경하고 싶다는 제 엄마의 말에 에비앙 가기 전에 들르기로 하여, 근처의 종교개혁기념관까지 다녀가기로 하였다. 벼룩시장에 들르니 골동품들은  자취를 감추어버리고, 성탄절 큰  대목장이어서인지 식료품과 의복을 파는 시장이 되어 있었다. 골동품을 구경하려던 아내는 허탕을 치고, 종교개혁기념관을 들리려던 계획도 시간을 아끼려고 광장에서 사진만 몇 장 찍고, 몽블랑다리를 건너 제네바 시내를 빠져나가 에비앙을 향했다. 

 

에비앙으로 가는 도중에 있는 또농(Thonon)에 들렸다. 이곳 역시 레만호숫가에 있는, 작지만 오래된 도시이며, 역시 양질의 생수를 생산하는 곳이라고 한다.  12세기에 세워졌다는 교회에 들렸다가 호숫가 산책길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에비앙으로 출발한다.

골동품을 파는 벼룩시장에서 식료품과 옷가지 등을 파는 성탄 대목장으로 변해버린 시장에서 파는 모자를 착용해 보기도 했다.
종교개혁기념관 앞 광장에서.
종교개혁기념관 건물은 제네바대학 부근에 있다.

에비앙에 도착하니 뜻밖에도 나무뿌리 조형물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는데, 전시되는 작품의 숫자도 엄청나게 많았지만, 전시장은 시내 거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호수에까지도 작품이 전시되고 있었다.

옛날 동화의 주인공들을 주로 다룬 작품이 주를 이루고 있어서 어린이들과 함께 나온 부모들과 외국 관광객들이 많아서 어떤 전시회에서 보다 대성황을 이루고 있었다.

 

주최하고 있는 에비앙 시에서도 홍보에 대단한 열의를 보인 듯하고, 안내하는 요원들도 특별한 복장에 갖가지 악기를 연주하게 하는가 하면, 코믹한 포퍼먼스를 통하여 관광객들의 즐거움을 돋우고 있어서 전시되는 작품의 예술성과는 상관없이 관광상품으로 성공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생수의 산지에 왔으니, 지금은 생수 기년관으로 변했지만, 맨 처음 생수를 생산하던 원조 샘이 있던 곳을 구경하고, 그 맞은편에서 관광객들이 마실 수 있도록 계속 물이 흘러나오고  있는 에비앙의 샘물을 마셔보기도 했다. 구경하고 있는 동안 날이 어두워졌지만, 형형 색색의 휘황찬란하게 장식한 조명 덕분에 어둡지 않게 구경을 할 수 있기 때문인지 관광객들이 돌아갈 줄을 모른다. 호텔과 카지노, 카페가 즐비한 호숫가의 아름다운 산책로와 멋진 건물들도 옛 시가지 못지않은 훌륭한 관광거리가 되고 있다.

 

호숫가 카페에서 따끈한 코코아 한잔씩을 마시고, 다시 계속하여  카메라의 셧터를 눌러대다가 늦게야 귀가를 서둘렀다. 참 좋은 구경거리였다.

에비앙에서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는 조형물
원조 에비앙생수가 나온 샘물이 있는 곳, 지금은 생수박물관으로 에비앙시에 기증되었다고 한다.

 

원조 샘물에 대한 설명이 영어로 씌어 있다.
에비앙생수를 손으로 받아 마셔보았다.
도로변 길거리에도 나무뿌리 조형물들이 진열되어 있고!
달려라, 달려!
나는 누구일까?
우리는 부부입니다.
바이올린 연주를 감상해보새요.
달마대사와 함께

 

 

2012년 12월 23일(일요일)

에비앙 나무조형물 전시 사진(2) 

꼬꼬댁 꼭꼭!
날개를 폈지만!
이랴! 어서가자 어서가!
내 뿔이 멋있지 않나요?
호숫가에 앉아서!
갈매기와 정답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어유! 미끄러워서 못올라가겠네.
아 오랜만이군요!
난 아무래도 도시에는 어울리지 않아서 산속으로 돌아가야 할긴데!

 

2012년 12월 23일(일요일)

에비앙 나무조형물 전시장 사진(3) & 또농(Thonon) 사진

가장 편안한 자세로!
내 흉내를 내지 마시오.
또농에 있는 12세기에 세워졌다는 교회 사진. 이 교회는 19세기에 와서 교세가 확장되고 신도수가 많아져서 기존 교회 건물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곁에 새로운 교회를 지어서 같이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밖에서 보기에는 그다지 화려해 보이지 않았지만 내부의 기둥이나 천정의 장식을 보면 웅장하고 화려해 보였다.

 

2012년 12월 27일(목요일)

 집으로 오는 길

70여 일 만에 돌아오는 길은, 길도 멀었지만 시간도 퍽 오래 걸렸다. 12월 27일 오전 11시 50분에 비가 내리는 제네바 공항을 출발한 KLM 0865기는 1시간 50분 정도 지나서 암스테르탐 공항에 내려주고는 4시간을 더 기다리게 했다. 그동안 면세점을 돌아다니면서 아이쇼핑도 하고, 라운지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편안한 휴식도 취할 수 있어서 지루하지는 않은 편이었지만, 암스테르담에서 인천까지 비행시간 9시간 30분에  제네바에서 온 1시간 50분과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기다린 4시간을 합하면 출발에서 인천까지 총 15시간 20분이 소요되었다.

암스테르담 공항 면세점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튤립을 파는 꽃가게였다.
공항의 휴식공간의 의자가 이색적으로 주물로 만든 사람의 무릎이다.
고가의 시계를 팔고 있었지만 아이쇼핑만 했다.
튤립의 꽃다발도 팔고 있지만, 그 구근도 함께 팔고 있는 공항 면세점

인천에서 제네바로 갈 때는 8시간을 벌어서 그만큼 기분이 좋았지만, 돌아오는 길에서는 그 벌었던 8시간을 모두 반납하고 다음날 오후 에야 인천 땅을 밟을 수 있었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것을 체험으로 느꼈다.

70여 일 동안 서울에서 멈추어 있던 내 일상의 시곗바늘은 다시 재깍재깍 규칙적인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제네바에서의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