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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Geneva)에서의 日記

2012년 11월 29일(목요일)

눈쌓인 몽쥬라에 남긴 내 발자국 

밤사이 겨울비가 왔나 보다. 창 밖 아스팔트 포도가 젖어 있다. 멀리 쥬라 산은 온통 흰 눈인데 마음이 먼저 거기 가 있고 몸은 뒤늦게야 집을 나선다.  

눈 덮인 몽 쥬라의 정상은 항상 나의 동경의 대상이다.

등산로 입구엔 앞서 간 흔적이 없고, 옅게 깔린 눈길 위에 만들어지는 호젓한 내 발자국이 쥬라의 길을 연다. 

뽀드득뽀드득 즐거움을 만드는 소리와 외국에서 일망정 금년 들어 첫 만남의 멋진 설화가 마냥 나를 행복의 나라로 이끌고 간다. 혼자서 호젓한 눈길을 걷다가 돌아선다. 멈출 줄도 알아야 위태롭지 않다고 했던가? 하지만 돌아선 발자국에 내 아쉬움이 남겨져 한동안 적막한 쥬라를 지키고 있으리라. 

눈이 쌓이기 시작하는 몽 쥬라 등산로 입구
異國의 寂幕한 눈길을 혼자 걸으며 누가 쉬 볼 수 없는 곳에, 그리고 얼마 후에는 덮이거나 녹아 없어질, 작은 흔적을 남긴다. 그러나 돌아선 발자국에 내 아쉬움이 담겨 잠시 쥬라의 길을 지키고 있으리라.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길에 흔적을 남기는 오직 나의 발자국만...
나뭇가지에 핀 설화가 아름답다.

 

2012년 11월 30일(금요일)

몽 살레브의 눈길을

오늘은 몽 살레브를 가기 위해 시내버스를 탔다. 우리의 시내버스 보다 손잡이가 많아서 승객의 안전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올라가기 전 흰 눈에 덮여있는 몽 살레브의 모습이다.
올라가다 셀카로 인증 샷
포장도로는 제설차가 쌓인 눈을 말끔히 치웠다.
산 중턱의 모텔과 식당에는 손님이 없는 듯 조용하기만 하다.
나뭇가지에 핀 설화가 아름답다.
산 중턱에서 만난 산림청 직원인데 사진을 한 장 찍어달라고 부탁했더니 흔쾌히 응했다. 그는쓸어진 나무를 자르기 위해  전기톱을 들고 눈 덮인 숲 속으로 들어갔다.
산림청 직원이 찍어준 사진
생나무로 만든 울타리, 출입문이 인상적이다.  심고 자라서 이런 출입문이 만들어질 때까지 얼마나 오랜 세월을 기다렸을까?

 

 

2012년 12월 1일(토요일)

호수의 마을 안시(Annecy) 관광 

안시(Annecy)는 프랑스의 남동부 론알프 지방 오뜨 사부아 주의 주도이고, 제네바에서는 남쪽으로 약 50km 떨어져 있으며, 프레알프스의 산등성이를 가로지르는 협곡 입구에 있는 넓은 안시호숫가에 세워져 있는 유서 깊은 도시이다. 로마의 지배하에 있다가 10세기부터 제네바 백작들의 소유가 되었고, 1401년 사부아 공국에 합병되었으며, 종교개혁 기간 중 1535년에 칼뱅의 종교개혁에 반대하던 수도원 관련 기관들이 옮겨오고, 제네바 대신 주교 소재지가 되면서 중요도시로 부각되었다고 한다.

안시(Annecy)로 가는 도중 이 다리(종달새 다리)를 지난다. 다리 아래 백 미터도 더 되게 깊어 보이는 아슬아슬한 협곡 사이로 물이 흐른다.

 

11시가 되기 전에 집을 나섰지만, 국경 근처의 도로 정체가 심해서 30분 이상이나 지체되어, 12시 반쯤 되어서야 도착했다. 안시호수는 레만호수 다음으로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넓다고 한다. 넓은 호수 건너 알프스 산자락에는 스위스의 그림 같은 마을,  남쪽에는 안시의 신, 구 시가지가 펼쳐지는데, 호수 가에는 마을보다 먼저 넓은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그 공원 사이로 호수에서 연결되는 운하가 신, 구 시가지를 가르며 지나간다.

 

구 시가지에 차를 세우고, 먼저 古城으로 올라갔으나 현재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오전 10시부터 2시간과, 오후 2시부터 3시간만 관람할 수 있다고 하여 다시 거리로 내려왔다.

 

15세기 당시의 거리와, 역사적인 건물들을 잘 보존하고 있는 구 시가지의 좁은 길은 작은 돌로 포장되어서 깨끗하였고, 길가의 석조 건물들은 대부분 상가와 음식점으로 이용하고 있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호수에서 끌어들인 물길이 흐르게 하였는데, 물길 바닥도 넓은 돌을 깔아 그 위로 맑은 물이 흐르게 하여 깨끗한 도시의 이미지를 더욱 높여주고 있다.

 

산과 호수, 넓은 공원, 그리고 깨끗한 도시환경이 이나라 사람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도시로 꼽히게 하고,

많은 외국의 관광객들을 모여들게 하는 이유가 되는 것 같다.

이곳은 과거에 사부아에서 떨어져 나가 칼뱅주의자들의 지역이 되었다가 열정적인 가톨릭교도인 사부아 공작 샤를 에마누엘이 되찾은 지역이었다. 프란키스쿠스는 공작의 보호 아래 대부분의 샤블레 주민들을 로마 가톨릭 신앙으로 되돌아오게 했다. 1602년 12월 8일 제네바 주교로 축성되었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박물관의 관람시간을 알리는 안내문
겨울철이기도 하지만 관광객들을 맞을 시간이 아니어서 한적한 모습이다.
고성 앞에 있는 아담한 호텔도 돌로 지은 꾀나 오래된 건물인 듯하다. 1인 숙박료가 8만 원 정도 된다.
古城 부근의 길은 역시 한적하다.
베네치아를 연상하게 하는 맑은 물길이 건물을 휘감아 흐르고, 백조 한 마리가 한가롭다.
15세기에 감옥으로 사용하기도 했고, 후에 재판소로도 사용되었다는 건물이다.
시가지의 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이런 수로를 만들어 항상 호수의 맑은 물이 흐르게 하고 있어서 마치 베네치아에 온 듯한 착각을 하게 한다.
건물의 베란다는 물론이고 골목길에까지 꽃을 가꾸어 장식하는 것은 유럽사람들의 보편적인 생활습관인 모양이다.
거리 가꾸기에 많은 정성을 쏟는 것이 유럽사람들에게는 일상인 듯하다.
크리스마스 시즌의 특별한 장식을 한 것일까?
점심을 먹기 위해 들어간 식당에는 관광객들이 만원을 이루고 있었다.
지난번 그뤼에르에 갔을 때 퐁듀와 라끌리에뜨 중 무얼 먹을까 하다가 라끌리에뜨를 먹었으니 이번에는 퐁듀로 메뉴를 정했다.
2인분을 시켜서 세 식구가 먹었는데도 배가 부르게 양이 많았다. 빵은 무한 리필이라지만 처음 가져온 것으로도 충분했다.

점심을 먹은 후, 구 시가지의 상점을 구경하는데, 특히 가구점에서 본 상품들은 품질도 물론 고급 품들이기는 하지만, 그 가격이 상상을 초월하여 놀랐다. 일부러 찾아간 것이 아닌데도 지나다가 장 자크 루소가 살았던 집을 발견했다. 1728년 16세였던 장 자크 루소가 드 베르셀리(de Vercellis) 부인의 시종과 구봉 백작의 서기를 겸하면서 이곳에서 보냈는데, 1729년에 그가 살던 집에 표지판을 부착해 두고, 집 뒤에는 그의 조각상을 세워놓았다.

일부러 찾아간 것이 아닌데도 지나다가 장 자크 루소가 살았던 집을 발견했다.
1729년 장자크 루소가 살았던 집이다. 그 집 뒤에 그의 조각상을 만들어 후세 사람들에게 위대한 철학자의 발자취를 보여주 있다.

구 시가지를 한 바퀴 돌아보고 호수 쪽으로 갔다. 호숫가에 조성된 넓은 공원을 갈라 운하가 설치되어 있고그 운하 위로 호수와 프레알프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다리가 있는데, 그 이름이 연인들의 다리(Pont des Amoureux)라고 한다. 연인들이 이 다리에서 뽀뽀를 하면 그 사랑이 영원할 수 있다는 전설을 만들어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곳을 즐기기에는 여름철이 제격일 것 같은데, 겨울철에도 꾀나 많은 관광객들이 붐빈다.

크리스마스 축제분위기는 12월 한 달 동안 이어진다.
크리스마스 용품을 팔고 있는 거리, 여기서 와인에 여러가지 향료를 섞어 따끈하게 덮여 주는 <맹쇼>라는 음료가 인기여서 한잔 마셔 보았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꽃가게에는 예쁜 꽃들이 관광객들의 눈길을 끈다.

천천히 걸어서 호숫가를 지나 다시 구 시가지로 들어오니 여기는 벌써 크리스마스 축제라도 하는 듯, 갖가지 치장을 한 가게에서  크리스마스  때 사용할 용품들을 팔고 있었다. 관광객들이 모두 이곳으로  모여들었는지북세통을 이루고 있었지만, 그 속에서도 따끈한 <맹쇼>라는 와인을 한잔 마실 여유는 있었다. 오후 5시 전부터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이곳 저곳 시가지의 상점들을 구경하다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