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바람 소리
대바람 소리
들리더니
소소(蕭蕭)한
창을 흔들더니
소설(小雪) 지낸 하늘을
눈 머금은 구름이 가고 오는지
미닫이에 가끔
그늘이 진다.
국화 향기 흔들리는
새벽을 알리는
좁은 서실(書室)을
무료히 거닐다
앉았다, 누웠다
잠들다 깨어 보면
그저 그런 날을
눈에 들어오는
병풍의 낙지론(樂志論)을
읽어도 보고 .............
그렇다!
아무리 쪼들리고
웅숭거릴지언정
--- "어찌 제왕(帝王)의 문(門)에 듦을 부러워하랴."
대바람 타고
들려오는
머언 거먼고 소리.............
抒 情 歌
신 석 정
흰 복사꽃이 진다기로서니
빗날 같이 뚝뚝 진다기로서니
아예 눈물 짓지 마라 눈물 짓지 마라……
너와 나의 푸른 봄도
강물로 갈물로 흘렀거니
그지없이 강물로 흘러 갔거니
흰 복사꽃이 날린다기로서니
낙엽처럼 휘날린다 하기로서니
서러울리 없다 서러울리 없어……
너와 나는 봄도없는 흰 복사꽃이여
빗날같이 지다가 낙엽처럼 날려서
강물로 강물로 흘러가 버리는……
--- 19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