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5일
덕수 54회 동창산악회의 102번째 산행지로 정해진 선운산(禪雲山)은 전라북도 고창군 심원면과 아산면에 걸쳐져 있는 해발 336미터의 그다지 높지는 않은 산이다. 도솔산(兜率山)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갖고 있는 이 산이 선운산으로 불리게 된데는 아마도 이 산이 안고 있는 유서 깊은 선운사(禪雲寺) 때문이 아닐까 한다. 천마봉, 낙조대, 용문굴 등 아름다운 경관이 많기도 하지만 특히 산세가 아름다워 호남의 내금강이라고도 불려지는 산이다. 거기에 조성된 지 500년이나 되었다는 선운사 뒤 동백 숲은 많은 문인 가객들의 작품 소재가 되기도 해서 붉은 꽃이 피기 시작하는 이맘때쯤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아침 7시 36분, 48명의 동문들이 오늘의 산행에 동참하기로 했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3명의 동문들이 갑작스런 사정에 의하여 동참하지 못하고 버스의 정원에 맞추어 45명이 계획했던 출발시간보다 6분 늦게 지하철 교대역을 출발했다. 한식(寒食)에 청명(淸明)과 일요일이 겹쳤으니 고속도로가 막힐 것은 예상한 바였지만, 우리들의 들뜬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버스는 마냥 느림보 걸음이다.
12시 40분, 평소보다 1시간 반 이상 더 걸려 버스는 선운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날씨는 봄날이지만 황사인지 운해인지 청명하지 않은 청명이다. 선운사 일주문 앞에서 1인당 2200원의 입장료를 지불하고 절 앞 계곡길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봄가믐 탓일까? 계곡을 흐르는 수량이 극히 적어 청량한 물소리를 들을 수가 없고, 봄이 무르익어갈 시기에 나뭇가지에 돋아나는 새싹은 그 고운 빛을 아직도 보여주지 못하고 앙상한 모습들 뿐인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서울보다도 늦지만 이제 꽃망을을 터뜨리기 시작하는 길가의 벚나무가 우리를 위안해주고 있었다.
계곡길 중간쯤 진흥굴 앞에서 천연기념물 제 354호로 지정된 수령 600년을 자랑하는 장사송(長沙松) 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준다. 소나무 이름에 왠 모래사(沙)자를 넣었을까? 채남주 동문이 의아하게 생각을 했지만, 이 지역의 옛 이름이 장사현(長沙縣) 이었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여지게 되었다는 것을 나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나무가 여덟개의 가지로 뻗어 자란 것은 이 나라 8도를 나타내고 있다고 엉뚱한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반송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몇 컷 찍고, 다시 올라가다가 도솔암 찻집 뒤로 보이는 천마봉(天馬峰)의 모습에 반해 다시 한컷. 찻집 앞에서 도솔암을 지나 용문굴쪽 능선길과 천마봉으로 바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갈림길에서 우리는 천마봉과 낙조대를 거쳐 능선을 따라 용문굴로 하산하기로 하고 그 길을 택했다.
수 십개의 나무 계단과 까마득한 쇠사다리를 쉬지 않고 오르니 숨이차고 다리도 뻐근하다. 바라보니 건너편 마애불 바위 위에 새워진 도솔천(兜率天)의 지장내원궁(地藏內院宮)이 그림처럼 눈에 들어온다. 그럼 이곳이 불교에서 말하는 세계의 중심인 수미산(須彌山)이란 말인가?
도솔천은 산스크리트 tuṣita의 음역이며 의역하여 지족천(知足天)이라고도 한다. 불교의 우주관에 따르면 세계의 중심은 수미산(須彌山)이며, 그 꼭대기에서 12만 유순(由旬:고대 인도의 거리 단위로 소달구지가 하루에 갈 수 있는 거리, 11~15㎞라는 설이 있음) 위에 도솔천이 있다고 한다. 이곳은 내원(內院)과 외원(外院)으로 구별되어 있다. 석가모니가 보살일 당시에 머무르면서 지상에 내려갈 때를 기다렸던 곳이며, 오늘날에는 미래불인 미륵보살(彌勒菩薩)이 설법하면서 지상으로 내려갈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는 내원은 내원궁(內院宮)으로 불리기도 한다. 외원에서는 수많은 천인(天人)들이 오욕(五欲)을 충족시키며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욕계의 제4천에 불과한 도솔천이 이렇듯 이상적인 정토로 등장하게 된 것은 미륵보살과 결부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곳은 7보(七寶)와 광명(光明) 등으로 장엄하게 장식되어 있으며, 십선(十善)과 사홍서원(四弘誓願)을 설하는 음악이 끝없이 흘러나오기 때문에 천인들은 그 소리를 듣고 자연히 보리심(菩提心)이 우러난다고 한다. 도솔천에는 다음과 같은 사람들이 태어날 수 있다고 한다. 끊임없이 정진하여 덕을 많이 쌓은 사람, 깊은 선정(禪定)을 닦은 사람, 경전을 독송하는 사람, 지극한 마음으로 미륵보살을 염불하는 사람, 계율을 지키며 사홍서원을 잊지 않은 사람, 널리 복업(福業)을 쌓은 사람, 죄를 범하고서 미륵보살 앞에 진심으로 참회하는 사람, 미륵보살의 형상을 만들어 꽃이나 향 등으로 장식하고 예배하는 사람 등이다. 이상과 같이 모든 사람들이 쉽게 수행할 수 있는 실천방법을 갖추었기 때문에 이상적인 불국세계로서 도솔천은 크게 부각되었다.
벌써 2시가 가까워지는데 눈에 들어오는 경관에 넋을 잃고 있다가 평평한 자리에 앉아 목마름과 허기를 채우기 위해 준비해간 과일과 음료를 꺼낸다. 거기에 복분자술을 두어잔씩 마시니 다시 힘이 솟는다. 가파른 길을 올라 천마봉에 도착하니 먼저 도착한 동문들은 이제야 판(?)을 벌이고 있다. 낙조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몇장 찍고 낙조대를 지나 능선을 따라 용문굴을 거쳐 암릉 계곡을 빠져나와 도솔암에 도착한다.
도솔암 나한전 앞에서 예쁜 꽃이 수줍은 듯 푸른 잎 속에서 살짜기 얼굴을 내밀고 있는 동백나무를 보니 선운사 뒤의 동백숲을 보고싶은 생각이 발길을 재촉한다.
선운사 동백꽃이 하 좋다길래
정태춘
"어디 숨어 뭣들하는고? 껄껄껄...." 나....
그 골짝 동백나무 잎사구만 푸르고
대숲에 베인 칼바람에 붉은 꽃송이들이 뚝 뚝
앞산 하늘은 보자기만 하고 속세는 지척인데
막걸리집 육자배기 하던 젊은 여자는 어딜 갔나
마하반야 바라밀다 오오홈,
밥때 놓쳐 후줄한데 공양여분 없으랴만
요사채 굴뚝이란 놈이 "잘 가거라"
"이따위로 살다 죽을래? 낄낄낄..." 나...
그 골짝 동백나무 잎사구만 푸르고
재 재 재, 새소리에도 후두둑 꽃잎 털고
줄포만 황해 밀물 소금 바람에도 잊아뿌리고
도회지 한가운데서 재미 나게끔 사시는데
수리수리 마하 수리 아아함,
옴 도로 도로 도로오오홈,
칠천원짜리 동백 한그루 내 아파트 베란다에서 낙화 하시고
느닷없는 죽비 소리로 "게으르구나"
옴 마니 마니 마니 오오홈,
옴 도로 도로 도로 오오홈,
선운사 동백꽃이 하 좋다길래
서울로 모셔다가 오래 보자 하였더니
할!*
선 운 사 동백꽃 김 용 택
여자에게 버림 받고
살얼음 낀 선운사 도랑을 맨발로 건너며
발이 아리는 시린 물에 이를 악물고
그 까짓 사랑 때문에
다시는 울지 말자
다시는 울지 말자
눈물을 감추다가
동백꽃 붉게 터지는
선운사 뒤안에 가서 엉 엉 울었다.
선 운 사 동구
서 정 주
선운사 고랑으로
선운사 동백 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 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고
막걸리 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것만 오히려 남았읍니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았읍니다.
오후 3시 30분 전원 하산하여 주차장 아래 풍천장어집에서 장어요리로 점심 겸 저녁을 배불리 먹고 북분자 술에 모두들 거나하게 되었다. 4시 20분에 출발한 버스는 서울에 12시 반에 도착하여 귀가길에 어려움들이 많았겠지만 8시간 동안 버스에서 즐거운 시간들 좋았고, 특히 풍천장어와 복분자 술로 동문들을 즐겁게 해주신 이영주 동문과 특별 찬조해주신 한창희 동기회장, 김배선 동문, 신용빈 동문, 김훈 동문 오늘 산행을 같이한 모든 동문들이 고마워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