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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望詞

 薛濤(770-830)

 花開不同賞 (화개부동상) 꽃 피어도 함께 즐길 이 없고

 花落不同悲 (화락부동비) 꽃이 져도 함께 슬퍼할 이 없네

 欲問相思處 (욕문상사처) 묻노니 그대 어디에 계시는지
 花開花落時 (화개화락시) 꽃 피고 꽃이 지는 이 때


 攬草結同心 (남초결동심) 풀을 따 한마음으로 매듭을 지어
 將以遺知音 (장이유지음) 님에게 보내려 마음먹다가
春愁正斷絶 (춘수정단절) 봄시름 그렇게 끊어 버렸거늘

春鳥復哀吟 (춘조부애음) 봄 새는 하염없이 애달피 우짖네

 

風花日將老 (풍화일장로) 바람에 꽃잎은 날로 시들고
佳期猶渺渺 (가기유묘묘) 아름다운 기약 아직 아득한데
不結同心人 (부결동심인) 한마음 그대와 맺지 못하고
空結同心草 (공결동심초) 공연히 풀잎만 맺고 있다네

 

那堪花滿枝 (나감화만지) 어찌 견디나 가지 가득 꽃들 
翻作兩相思 (번작량상사) 생각수록 그리움 가득인데

玉箸垂朝鏡 (옥저수조경) 아침 거울에 떨어지는 옥통소의 눈물방울
春風知不知 (춘풍지불지) 봄바람아 너는 아는지 모르는지

 

설도(薛濤 770-830)는 당(唐)나라의 수도였던 장안(長安 지금의 서안)에서 가난한 하급관료의 딸로 태어나서 아버지를 따라 청두(成都)로 오게 되었고, 그 부모에게서 교육을 받아 뛰어난 詩才는 7,8세 때 이미 인근의 이름난 문인들을 놀라게 하였다고 한다.

 

한 번은 어린 딸의 재주를 시험하기 위해서 그 아버지가 마당에 있는 오래된 오동나무를 보고

庭際一古桐(정제일고동)

聳干入雲中(용간입운중)

즉, 마당에 늙은 오동나무 한 그루, 줄기가 구름 속까지 치솟았구나, 하고는 댓구(對句)를 하라고 하니, 곧바로

枝迎南北鳥(지영남북조)

葉送往來風(엽송왕래풍)

즉, 가지는 남북에서 오는 새를 맞이하고, 잎은 오고 가는 바람을 보내는구나. 하고 댓구(對句)를 하여 그 아버지를 놀라게 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재인박복(才人薄福)이라 했던가? 14세 때 아버지를 여의고, 더욱 어려워진 집안 살림을 꾸리기 위해 16세에 악기(樂妓)가 될 수 밖에 없었다. 때의 節度使(절도사)였던 韋皐(위고)가 그녀의 재주를 사랑하여 妓籍(기적)에서 빼어주고, 죽으면서 30대 초반인 그녀에게 많은 재산을 물려주었는데, 그녀는 죽을 때까지 시집을 가지 않고, 그녀의 재능을 흠모하던 당시의 일류 문인들 백거이(白居易), 원진(元眞), 유우석(劉禹錫), 두목(杜牧) 등 중국 전역에 있는 시인, 묵객, 장군 등과 이루지 못하는 연인(戀人) 관계를 맺어 애틋한 사연을 시와 편지로 주고 받으며 정을 나누었다 한다.

나는 이 여인의 혼백이 조선시대에 이름을 날렸던 개성의 황진이나 부안의 이매창 그리고 성천의 김부용 같은 기생들로 이 땅에 다시 환생한 것은 아닐는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가끔 그녀를 위해 동심초를 불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