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신
2013년 8월 8일
방투산(Mont Ventoux)이 바라보이는 포도밭 가운데 있는 조용한 숙소
오후 8시 반쯤 농촌의 포도밭 가운데 있는 예약한 민박집에 도착했습니다. 포장도로 가에 아름드리 프라타나스 가로수에 안내판이 부착되어 있고, 그 큰 가로수가 집 앞 입구까지 약 200미터쯤 포장되지 않은 길가에 죽 늘어서 있어서, 그 주변은 동서남북이 모두 포도밭인 이 집이 얼마나 오래된 집인 것을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길 가 주차 공간에 차를 세우고 들어가니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민박집주인이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우리가 묵게 될 방은 3층 서쪽 창문이 보이는 곳인데, 가운데에 화장실이 한 개 있고 그 앞에 휴식 공간까지 있으며, 양쪽에 침대가 있는 방이 있는 꽤 넓고 깨끗한 공간이었습니다. 맨 아래층은 응접실과 식당이 있는데, 여기에는 피아노도 있고, 당구대까지 갖추어 있었습니다. 2층과 3층만 객실로 이용하고 있는데 방값은 농촌이기 때문에 아침 식사를 포함해도 도시의 삼분의 일 값 밖에 받지 않는 저렴한 가격이라고 합니다.
저녁 식사는 음식을 준비해 온 투숙객들이 직접 조리를 해 먹을 수도 있어서 먼저 도착한 몇 가족은 바비큐 그릴에 고기를 굽고 있기도 했지만, 우리는 마을의 식당으로 가기 위해 민박집주인에게 예약을 부탁하고 가는 길을 물어 밖으로 나왔습니다.
민박집에서 나와 자동차로 15분쯤 가서 마을이 있는데, 민박집주인이 가르쳐 준 식당을 찾지 못해 행인에게 식당을 물으니 교회를 지나. 오른쪽은 식당이고 왼쪽에 카페가 있는데, 교회도, 카페도, 식당도 이 마을에는 하나씩 밖에 없다면서 꽤나 먼 길을 5미터만 가면 찾게 될 것이라고 웃으며 가르쳐 주었습니다. 식당에 들어가니 자리를 준비해놓고 기다렸는데, 곧바로 음식을 주문하였지만, 음식이 나올 때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멀리 바라보이는 산이 방투산(Mont Ventoux)입니다. 1,912미터 높이이니 우리나라 한라산보다는 낮은 산이지만, 이곳 프로방스 지방에서는 유명한 산인 모양입니다. 산 이름이 프로방스 방언으로 "바람 부는 산" 이라는데, 실제로 바람이 많아서 날씨가 나쁠 때는 산행을 금지시키고 있다는군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 밖으로 나오니 은은한 라벤더 향이 기분을 상쾌하게 합니다. 민박집 주변을 한 바퀴 산책하면서 찍은 사진들입니다.
아침 8시 30분 민박집에서 제공하는 빵과 주스 그리고 따뜻한 차로 간단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출발합니다. 어젯밤 3층 우리 옆 방에서 지낸 가족은 독일의 라이프치히에서 왔다고 하는데, 젊은 부부와 열 살쯤 된 큰아들과 그 아래 8살쯤 된 작은 아들을 데리고 왔는데 아침 식사를 같이 했습니다. 우리가 식사를 마칠 무렵 네덜란드에서 온 부부도 식사를 하러 나오더군요. 우리는 아비뇽(Avignon)을 거처 아를(Arles)까지 다녀서 제네바로 돌아갈 것이라고 하니 그들은 어제 그곳을 다녀왔고, 이제 라이프치히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합니다. 서로 좋은 여행이 되기를 바라면서 헤어졌습니다. 우리는 이제 아비뇽으로 가기 전에 프로방스의 베니스라고 불리는 소르그(L'lsle sur la Sorgue)를 들렸다가 갈 요량으로 출발합니다.